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과거 김경문 한화 감독은 특유의 '선 굵은 야구'를 선보여 왔다. 간단하게 말하면 번트 대신 강공을 택했다. 또 하나. 믿고 맡기는 '뚝심 야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화에선 다르다.
한화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서 4-3으로 승리했다.
이날 하이라이트가 바로 번트였다. 3-3으로 맞선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재원이 우전 안타를 쳐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의 작전 야구가 펼쳐졌다. 이도윤에게는 희생번트 지시. 이도윤은 1루 쪽으로 번트를 대 대주자 하주석으로 2루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어 장진혁은 내야 안타를 만들어 1사 1, 3루 찬스로 연결했다.
여기서 김경문 감독은 대타 카드를 썼다. 문현빈이다. 그러자 두산 벤치도 움직였다. 마무리 우완 홍건희를 내리고 좌완 이병헌을 올렸다. 왼손이 올라왔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대로 문현빈으로 밀어붙였다.
문현빈이 초구 볼을 골라낸 뒤 2구째 빠른 볼에 파울을 치자 한화 벤치는 여기서 스퀴즈번트 사인을 냈다. 문현빈은 바로 3구째 빠른 볼에 번트를 댔고, 조금 세긴 했지만 투수 오른쪽에 떨어졌고, 그 사이 3루 주자 하주석은 홈으로 들어와 득점을 올렸다. 문현빈도 1루를 밟아 번트 안타로 기록이 만들어졌다.
11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두 차례 희생번트가 나왔다. 3회초 무사 1, 2루에서 황영묵이 희생번트를 대 주자 2명으로 각각 2루와 3루로 보냈다. 그리고 장진혁의 희생플라이를 처 선취점을 냈다. 4회초에도 나왔다. 채은성의 적시 2루타로 3-0으로 앞선 4회초 무사 2루에서 김태연이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켰다. 이어 최재훈이 적시 2루타를 날려 3루 주자 채은성이 홈을 밟았다.
이처럼 김경문 감독이 지휘한 이후 한화의 작전 야구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은 (번트를) 좀 대야한다"면서 "몇몇 베테랑을 빼놓고는 아직은 타자들이 좋은 투수들과 싸워서 이길 능력이 부족하다. 조금 더 도와주고 찬스가 왔을 때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점수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전력이 완벽하지 않은 한화를 맡으면서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팀 타율이 11일 경기까지 0.268로 9위였다. 공격력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점수를 뽑으려면 번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부임 후 김경문 감독이 지휘한 지난 4일 수원 KT전부터 12일 잠실 두산전까지 8경기를 소화했는데, 희생번트는 총 8차례 나왔다. 리그 1위다. 공동 2위 삼성과 NC보다도 5개나 더 많다. 압도적인 수치다.
다만 김 감독만의 '뚝심 야구'를 버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 감독은 "당분간은 제 야구를 떠나서 번트는 조금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다가 나중에 팀에 힘이 더 생기고 나면 그때는 또 제 야구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잠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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