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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불안했던 기억은 다 없어질 것 같아요"
LG 트윈스 유영찬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7차전 '엘롯라시코' 홈 라이벌 맞대결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투구수 17구,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15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는 역시 '마무리' 유영찬이었다.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오른 이지강이 선두타자 고승민을 1루수 뜬공으로 묶어내는 스타트를 끊었다. 그런데 후속타자 손호영에게 안타를 맞더니, 빅터 레이예스에게도 안타를 내주면서 1, 3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때 LG는 큰 고민 없이 유영찬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이 선택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유영찬은 등판과 동시에 첫 타자 나승엽과 5구 승부 끝에 136km 포크볼을 몸쪽 코스에 찔러넣으며 루킹 삼진을 솎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이틀 연속 홈런을 터뜨리는 등 타격감이 절정에 달한 정훈을 상대로는 4구째 136km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코스로 흘러나가게 던졌고, 헛스윙 삼진을 뽑아내며 'KK'로 실점 없이 큰 위기를 벗어났다.
이후 문보경의 솔로홈런으로 비교적 여유가 생긴 9회 유영찬은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고, 완벽한 투구로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유영찬은 첫 타자 박승욱을 유격수 직선타로 돌려세운 뒤 김민석을 1루수 땅볼로 묶어냈고, 황성빈을 초구에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단 17구 만으로 아웃카운트 5개를 잡아내 시즌 15번째 세이브를 손에 넣었다.
경기가 끝난 뒤 염경엽 감독은 이날 불펜 투수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과정에서 유영찬의 이름도 빠지지 않았다. 사령탑은 "추가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어려운 경기였는데, 우리 승리조인 김진성과 유영찬이 어려운 상황들을 막아주며 연패를 끊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좋은 피칭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함박미소를 지었다.
유영찬은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43순위로 LG의 선택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필승조'의 역할을 맡으며, 67경기에 등판해 6승 3패 1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4라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3경기에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하며 값진 경험치를 쌓았고, 지난 겨울 부동의 마무리였던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게 되면서, 올해부터는 마무리의 중책을 맡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달 10일, 4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가장 큰 수확으로 유영찬을 꼽기도 했다. 염갈량은 "(유)영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현재까지 만족하는 것은 영찬이가 세이브 투수로 시즌을 끝까지 가더라도, 흔들림이 없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 팀과 팬들에게도 안정감을 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쩌면 올 시즌에 앞서 고우석의 이적으로 인해 LG 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것을 유영찬이 완벽하게 해결한 것이었다.
프로 무대를 밟은 후 두 번째 아웃카운트 5개 세이브 상황을 완벽하게 소화한 유영찬. 공교롭게 두 경기 모두가 롯데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유영찬은 "그때 롯데전 때는 볼을 조금 많이 던졌던 기억이 나서 스스로 불안했던 것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그 기억은 다 없어질 것 같다. 오늘처럼만 던졌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웃었다.
특히 8회초 1사 1, 3루의 위기에서는 희생플라이만 허용하더라도 동점이 될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위기. 떨리진 않았을까. 유영찬은 "내가 결과를 정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박)동원이 형이 사인을 내는 대로 포수 미트만 보고 자신 있게 던졌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문보경의 홈런이) 너무 고마웠다. 아무래도 1점차보다는 2점차가 마음이 더 편하지 않나. 너무너무 고마웠다"라며 "연패에 대한 생각보다는 이런 위기 상황을 막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유영찬을 향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 유영찬. 그는 "마무리를 맡으면서 구위도 구속도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잘 느끼고 있다. 결국 몸에 힘을 더 쓴다는 것이기 때문에 몸 관리도 더 신중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이렇게 던져도 괜찮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겪었던 것이 올해 마무리를 맡으면서 큰 경험이 됐다는 것을 요즘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유영찬은 "몸 관리는 잠을 항상 많이 자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트레이닝 파트 쪽에서 투수, 야수 모두 관리를 너무 잘해주셔서 걱정이 없다"며 "마운드에 올라가면 어떤 각오, 복잡한 생각보다는 '막아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던지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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