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저자: 우아영┃휴머니스트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에서 활동 중인 네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북에디터 박단비] 임신하고 나니 부쩍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 갑자기 느껴지는 통증은 임신 때문인지 그냥 우연의 일치인지. 아주 사소한 변화에도 신경이 쓰였다.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닐까?’, ‘이게 정상인 건가?’ 하는 생각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 서점과 도서관에서 임신과 관련된 책도 뒤적였다.
관련 서적은 제법 많았다. 덕분에 전문가가 쓴 책도 읽고, 평범한 임산부의 경험담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조금씩 아쉬웠다. 전문가 글은 나름 객관적이고 알찬 정보가 담겼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야 해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임산부 글은 많이 공감되지만, 많은 화가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임산부는 대체로 화가 나 있다. 당연한 일이다. 임신이 시작되고 심지어 진행될 때까지, 아무도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좋은 일, 위대한 일이라 보기 좋게 포장할 뿐. 임산부가 진짜 알아야 할 정보는 쉽사리 제공되지 않고, 결국 그들은 사람들 입을 따라 오르내리는 개인적인 사례만을 의지하게 된다. 거기다가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한참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이 과정을 모두 겪으려니 몸과 마음이 멀쩡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일 쌓여가는 궁금증을 풀기가 어려웠다.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해결법을 궁리하고 찾을 것이 아닌가! 모든 상황이 답답함에 연속이었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했다.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의 저자 우아영은 과학 기자다. 그도 임신 후 변화하는 자신 몸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정보가 너무 없어서 스스로 찾아 나선 것이다.
저자는 과학 기자답게 각종 과학 논문과 과학자 이야기를 살피고 분석한다. 덕분에 이럴 때는 이런 변화가 생기고, 이런 부분은 조금 더 유심히 관찰해야 하고를 알 수가 있어 좋았다. ‘나만 궁금한 게 아니었구나’, ‘신경 쓰이는 게 당연하구나’ 하는 마음의 위안도 얻었다. 그러나 동시에 또 다른 화가 쌓이기도 했다.
병원에 가봤자 들을 수 있는 말은 “임신 중 정상 증상입니다”뿐이었다. (중략) 정상이란 무엇이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일까. 누군가를 붙잡고 묻고 싶었지만, 사실 답은 명확해 보였다. 태아의 이상유무. (중략) 태아에게 해를 주지 않는 임산부의 신체적·정신적 변화는 지금 당장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연구하고 치료해야 할 대상이 아닐 테니까. 의사조차 “출산만이 해결책입니다”라고 말하는 현실에서 임산부의 경험은 그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임신 주체인 여성이 어떤 일을 겪는지는 쓰이지 않고 납작해지고 지워진다. (본문 발췌)
아, 이게 바로 내가 내 몸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이유구먼! 생각보다 임산부 몸을 연구한 자료도 적고, 임산부 고통을 연구한 자료는 더 적다. 사람들은 임산부에게는 관심이 없다. 임산부가 품고 있는 태아에만 관심이 있다, 슬프게도.
아이를 품고 있는 10개월 동안 임산부는 크고 작은 불편함과 고통을 경험한다. 10개월 사이 나타난 고통이 임신 후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대부분 임신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해결해 주지 못한다.
심지어 전문가조차도 “아파도 참으세요” “출산만 하고 나면 나아집니다”라는 민간요법 같은 말만 반복적으로 내뱉을 뿐이다.
나는 임산부지만 화를 덜어내려 노력한다. 화를 내면 정작 중요한 말을 ‘감정적’이라 치부하며 듣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산부는 꽤 자주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이 당연한 사실을 조금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나마 덜 화내는(?) 임산부가 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글이니 이 책이라도 좀 읽어주면 좋겠다.
|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북에디터 박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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