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어제 롯데-KIA전 스코어 생각이.”
지난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KIA 타이거즈전은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최종 스코어 15-15 무승부였지만, 롯데가 1-14로 뒤진 경기를 15-14로 뒤집은 게 빅뉴스였다. 만약 롯데가 8회초에 홍종표에게 적시타를 맞지 않고 15-14로 이겼다면, 한미일 최다 13점차 뒤집기 승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었다.
결국 2013년 5월8일 SK 와이번스의 인천 두산 베어스전 10점차 역전승이 그대로 KBO 최다 점수차 역전승 기록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롯데는 비기고도 마치 이긴 느낌, KIA는 비기고도 마치 패배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가 흐른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NC 다이노스가 어쩌면 11년 전 SK와 똑같이 10점차 역전극을 성사시킬 뻔했다. 그 정도로 키움 히어로즈 마운드가 갑자기 흔들렸다. 키움은 8회말까지 무려 10-0으로 앞섰다.
경기 초반부터 꾸준히 점수를 뽑아 원 사이드한 경기를 진행했다. 9회초 마운드에는 우완 박승주가 올라왔다. 키움 불펜이 지하에 있어 확인할 순 없었지만, 필승조는 고사하고 한 명의 투수도 몸을 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누구나 키움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을 것이다.
아니었다. 키움은 9회초 박승주가 ⅓이닝 4사사구, 문성현이 아웃카운트 생산 없이 3사구를 헌납하며 NC에 10-5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마무리 조상우가 ⅔이닝 1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기분 좋지 않은 세이브였다. 조상우 역시 2사사구로 분식회계를 하며 10-7 추격을 바라보고 말았다. 문성현과 조상우는 몸을 급히 풀고 올라와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만약 10-7, 1사 만루서 김휘집이나 박시원이 한 방을 날렸다면 25일 롯데가 해내지 못한 대기록을 NC가 세울 뻔했다. 키움은 천신만고 끝에 10-7로 이겼지만, KBO리그 42년 역사상 최초로 한 이닝 최다 9사사구(8볼넷-1사구)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종전 기록은 한 이닝 8사사구로 총 네 차례 나왔다.
그렇다면 투수들의 공짜 출루 퍼레이드, 대환장 파티를 바로 뒤에서 지켜본 2루수 최주환의 심정은 어땠을까. 리얼했다. 최주환은 경기 후 “팀이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어제 롯데-KIA전 스코어를 봤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니까 빨리 잘 막으면 좋겠다 싶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생각 안 났는데, 10-7이 되니 그 생각(25일 롯데-KIA전)이 조금 났다. 그래도 상우가 잘 싸우고 잘 막아줘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키움 선수들은 경기 후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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