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야구 아무도 몰라요', KBO 42년 역사상 한 이닝 최다 사사구 신기록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단 1개의 안타만 쳤을 뿐인데 7득점, 야구 아무도 몰라요.
"야구 아무도 몰라요"는 야구 해설위원 출신으로 한국프로야구연맹(KBO)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고(故) 하일성 씨의 단골 멘트로 야구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말이다. 야구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경기가 실제로 그랬다. 7이닝 4피안타 13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한 투수가 10-0으로 이기고 있는데 초조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고 10점 차 대패를 앞둔 상대 팀 더그아웃에서는 웃음꽃이 피었다. 승리 팀은 경기 후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진풍경이 나왔다.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NC는 8회까지 초상집 분위기였다. 키움 선발투수 아리엘 후라도에게 7이닝 동안 13탈삼진을 당하며 꽁꽁 묶였다. 8회에도 주승우에게 1안타를 뽑아냈을 뿐 득점에 실패했다.
그런데 9회 NC 더그아웃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0-10 충격적인 대패를 앞둔 더그아웃 분위기가 아니었다. NC 선수들은 키움 투수들을 보며 웃었고 마치 승리 팀 분위기였다. 반면 키움 더그아웃은 초조함을 넘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대체 고척돔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상황은 이랬다. 0-10으로 앞선 9회초 키움 마운드에는 박승주가 올라왔다. 하지만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도태훈, 김휘집, 박시원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1사 만루서 박세혁에게 사구를 허용하며 밀어내기 실점했다. 결국 키움은 박승주를 내리고 황급히 문성현을 투입했다.
하지만 몸을 풀 시간이 부족했던 문성현도 마찬가지였다. 문성현은 서호철 타석 때 폭투를 던지며 불안하기 시작했고 스트라이크 하나 던지지 못하고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이후 김주원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여기까지만 해도 키움은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손아섭과 김성욱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또다시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했다.
비상이 걸린 키움은 결국 마무리 조상우까지 등판시켰다. 하지만 조상우라고 다를 게 없었다. 도태훈과 박한결에게 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2실점을 했다. 10-0이 10-7이 되는 순간이었다. 1사 만루의 위기는 계속되었고 장타 한 방이면 한 번에 역전당할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후 추가 실점 없이 10-7로 승리한 키움이었지만 악몽의 9회였다.
박승주 ⅓이닝 4사사구 4실점, 문성현 1피안타 3사사구 3실점, 조상우 ⅔이닝 2사사구 1탈삼진이었다. 9회에만 볼넷 8개와 사구 1개, 9개의 사사구였다. NC는 7득점을 하는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쳤을 뿐이다.
KBO 42년 역사상 한 이닝 최다 사사구 신기록, 키움은 승리해도 승리갔지 않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9회 9개의 사사구를 헌납하며 7실점한 키움 투수들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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