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정치에만 권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 권력’이 있다. 협회장들이 장기집권하면서 온갖 권세를 누린다. 대한축구협회장이 대표 경우. ‘선수 권력’도 있다. 인기 등을 악용해 경기장 안팎에서 함부로 굴거나 정치인처럼 행동하는 선수들이다. 누구도 쉽게 비판하지 못한다. 한국에도 그런 선수들이 있다.
■“모든 것은 제임스를 통한다”-샤킬 오닐의 비판
미국 프로농구 최고선수라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는 선수 권력의 상징. 어떤 선수도 따라가지 못한다. 구단과 협회(NBA)는 물론 매체들도 절절맨다. 그는 경기 중 마구 대드는 등 감독을 무시하기 일쑤. 감독 해임에도 깊게 관여해 ‘감독 살인자’로까지 불린다. 오랫동안 프로농구를 평정했던 샤킬 오닐이 “모든 것은 제임스를 통한다. 2018년 ‘로스엔젤리스 레이크스’에 입단한 이래 레이커스의 모든 결정에 그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말할 정도. 관중들과 싸우기, 국가 무시하기에다 정치발언도 일삼는다. 자선재단의 많은 기부나 뛰어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력을 자주 휘두르는 바람에 논란이 끊이질 않는 선수다.
‘제임스 권력’이 미국을 다시 한 번 뒤흔든 것은 레이커스가 그의 큰 아들을 올해 신인선발에서 뽑았기 때문. 아들 브로니가 2라운드 55위로 뽑히자 NBA 전문가·매체들은 “아버지와 아들을 함께 뛰는 첫 역사를 만든 것은 훌륭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직 아버지 덕분이다. 제임스를 붙잡기 위해 자신들의 영혼을 제임스 무리들에게 팔아버린 레이커스 구단이 부끄럽다”는 등 농구 애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브로니는 고교 졸업 때는 전국 28위의 유망주. 그러나 서든캘리포니아대에 입학 후 심장병 수술로 시합에 못 뛰었다. 2학년 때 복귀했으나 25시합에서 평균 4.8점, 2.8리바운드, 2.1도움. 지역 리그 꼴찌에 가까웠던 서든캘리포니아에서 그 정도였으니 그저 평범한 선수. 도저히 NBA에 갈 실력은 안 된다는 평가였다.
프로 신인선발에 뽑히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기만큼 힘들다. 대학 1부 4,000여 명의 선수들 가운데 오직 1.2% 가량인 58명만이 NBA에 갈 뿐이다. 쟁쟁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제임스의 아들이 얼마나 큰 특혜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코네티컷대의 전국선수권대회 2연패를 이끈 포인트 가드 트리스텐 뉴턴은 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에다 ‘전미 최우수선수 5’에 뽑혔다. 올해 평균 15.1점, 6.2도움, 6.6리바운드. 코네티컷이 선수권대회를 압도하도록 만든 견인차였다. 상식선에서 보면 당연히 10위안에 들어갈 실력. 그러나 1라운드는커녕 2라운드 49위로 뽑혔다. 1-2학년을 마친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4년 졸업생이라 나이가 1-2살 많다는 것이 치명의 약점. 이미 성장에 한계가 왔다는 전망. 그만큼 NBA의 신인선발 기준은 까다롭다. 현재의 실력보다 미래의 성장성에 집중하기 때문.
겨우 턱걸이한 트리스텐에 비해 브로니는 기록상 1/3 수준. 현재 실력으로는 뽑힐 수 없다. 성장성도 의문. 단순 부상이 아니라 심장병 수술을 했다는 것은 중대 약점. 위험변수가 많은 잠재력에 비해 특별우대를 받았다는 것이다.
■“레이커스는 제임스의 인질”
그동안 르브론은 수차례나 아들과 함께 NBA에서 뛰고 싶다고 공개 발언을 했다. 심지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렇게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 장담은 현실이 됐다. 55순위 아들은 ‘제임스 권력’에 얹힌 정실선발이란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금수저.
그뿐 아니다. 레이커스는 제임스가 심하게 대들었던 감독을 2년 만에 자른 뒤 제이제이 레딕을 새 감독으로 뽑았다. 르브론과 팟캐스트를 함께 진행하는 인물. 대학에서는 일류선수였지만 초등학교 4학년 농구부 이외에 어디에서도 지도자를 해 본적이 없었다. 샤킬 오닐이 “모든 것은 제임스를 통한다”라고 한 것은 ‘레딕 감독’은 제임스의 결정이라는 뜻. 자신의 선임에 제임스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레딕의 변명을 비웃으며 ‘제임스 권력’을 비판한 것이다.
“브로니가 신장을 크지 않지만 좋은 유전자를 이어받아 운동 능력이나 농구 감각이 뛰어나다.” “어떤 선수보다 (아버지로부터) 더 나은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다. 브로니나 구단을 욕하기 전에 시합을 볼 때까지 기다려보자.” 전문가들 사이엔 예상 외로 긍정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농구 애호가들은 레이커스에 실망하고 분노한다.
“‘로스엔젤리스 르브론즈’는 제임스와 대리인의 인질이 되었다. 41살이나 된 선수에게 1억4백만 달러 계약에다 대학 선발로조차 뛸 수 없었던 아들의 선발권도 주었다. 단 하루도 지도자를 한 적이 없는, 제임스 친구에게 감독을 맡기고...”
“레이커스가 소중한 선발권을 브로니에게 사용하다니? 실력이 형편없었던 대학에서도 평균 5분을 못 뛰었다. 레이커스에는 전혀 가치가 없는 선수다.”
“매체·전문가들은 르브론의 기분을 건드릴까 봐 겁이 나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다.”
아버지의 지극한 정이 행복한 결과를 만들지 지켜 볼일. 그러나 미국프로농구에서 전통 명문으로 꼽히는 레이커스도 ‘선수 권력’에는 꼼짝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말대로 브로니가 좋은 선수라면 왜 다른 구단은 뽑지 않았는가? 르브론의 아들 사랑을 위해 다른 29개 구단이 좋은 재목을 레이커스에게 양보했다면 담합밖에 되지 않는다. 결코 해서는 안 될 승부 담합과 무엇이 다른가?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생명이라는 스포츠가 그 경쟁을 가장 정직하게 실천해야 할 선수의 권력횡포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
손태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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