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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안주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에게 올 시즌 초반은 악몽 그 자체였다. 지난해까지 KBO 역대 두 번째 4년 연속 20홀드를 기록, 올해는 역대 최초의 기록과 함께 FA(자유계약선수) 대박 계약을 목표로 삼고 구승민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즌을 시작했는데, 3월 3경기(1⅓이닝)에서 6실점을 기록하며 1패 평균자책점 40.50으로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령탑은 꾸준히 구승민에게 중책을 맡겼지만, 계속해서 결과는 따라오지 않는 모양새였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 초반 구승민이 거듭 부진하는 모습에 대해 좋았을 때처럼 강하게 공을 채는 것이 아닌, 밀어던지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속은 잘 나오고 있지만 "안 될 때는 타자가 치려고 하는 쪽으로 공이 고스란히 가더라"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사령탑은 구승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변화도 주고, 2군에서 재정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지만, 컨디션은 좀처럼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와도 같았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를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까닭이다. 그래도 영원한 부진은 없었다. 구승민은 두 번째 2군행 이후 5월 중순 1군 마운드로 돌아온 뒤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 5월 한 달 동안 7경기에 등판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17로 살아났다. 물론 3점차 이내의 타이트한 상황보다는 점수차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구승민은 6월부터 일시적으로 좋아진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구승민은 6월 13경기(13이닝)에서 2승 3홀드 평균자책점 3.46으로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1이닝 1실점(1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지난 9일 SSG 랜더스전에서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진 세 개를 솎아내며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극복했고, 지난 10일 경기에서는 1이닝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김태형 감독도 점점 좋아지는 구승민의 활약에 미소를 지었다. 사령탑은 "(구)승민이가 근래에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투수는 상대가 잘 치면 맞을 수밖에 없지만, 승민이가 해줘야 한다. (김)상수와 승민이가 가장 믿을 만한 필승조가 아닌가. 맞는 것을 어쩔 수 없지만, 본인의 공을 던지면 결과는 좋게 나올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4년 연속 20홀드를 기록한 선수가 구승민까지 KBO리그 역사상 두 명 밖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불펜 투수들이 일정한 폼으로 꾸준한 시즌을 보내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이닝을 던졌던 탓일까. 무엇이 그토록 시즌 초반 구승민을 괴롭혔던 것일까. 구승민은 '후유증'이라는 단어에서 "그건 변명이다. 그걸 인정해버리면 '제가 너무 많이 던져서 그렇습니다'라고 되는 것"이라며 "그것보다는 공만 잘 던진다고 되는게 아닌데, 좋지 않은 부분 시즌 초반에 한 번에 터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구승민은 "그동안 제구 문제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감독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타자가 쳐야 하는 카운트에서 몰리는 공도 많았다. 포크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시즌 초반 ABS에 처음 적응을 하다 보니, 안 쪽으로 몰리는 공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특히 핀치(위기) 상황에서는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되는 상황에서 존에서 조금 벗어나는 공이 아닌, 스트라이크존에서 한 칸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몰리는 공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부진했던 시기를 돌아봤다.
자신의 부진과 팀이 시즌 초반 좋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던 만큼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중요한 상황에서 맞으면 부각이 많이 되다 보니 아쉬움도 많았다. 하지만 '나 때문에 팀이 졌다, 내가 못해서 팀이 졌다'는 생각을 가지면 끝도 없이 떨어지다 보니,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내가 살아날 수 있고, 팀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명 아쉬웠지만, 빨리 잊는 연습을 많이 해왔다 보니 지금은 나아진 것 같다. 매년 배우는 것 같다. 또 새롭고, 내게 안주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인 것 같다. 공부가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11일 경기 종료 시점으로 5위 SSG 랜더스와 격차가 4경기로 조금 벌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 이제는 정말 필승조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5월부터 조금씩 폼을 되찾고, 다시 필승조로 돌아온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구승민은 "원래부터 몸 쓰는 것이 나쁘지 않은 상태였지만, 조금씩 날씨도 더워지고 결과도 조금씩 나오다 보니 조금씩 탄력을 받는 것 같다"며 "컨디션은 나쁘지 않지만, 100%는 아니다. 그래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구승민의 연속 20홀드 기록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적은 83경기를 치른 롯데에겐 아직 61경기가 남아 있다. 시즌 막판 3점차 이내에서 마운드에 올라 완벽한 투구를 펼치면 기적을 노려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구승민의 목표는 다르다. 그는 "사실 홀드는 상황이 돼야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매 시즌 목표가 60경기 60이닝을 던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건강해야지만 할 수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꾸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 구승민과 김상수만이 '마무리' 김원중으로 연결되는 가교역할을 맡고 있지만, 7월 중 롯데 불펜은 더욱 강해진다. 최준용과 전미르가 복귀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승민도 이를 기대하는 중. 그는 "(최)준용이가 조금씩 공을 던지고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상수 형과 (진)해수 형, (김)원중이가 잘 하고 있지만, 어린 선수들이 한두 명씩이 돌아오고 톱니가 맞으면 후반기에는 탄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어쨌든 최대한 막아야 팀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겠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구승민은 "시즌 초반 좋지 않았는데도 감독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많이 기다려주셨다. 하지만 그동안 그에 보답을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컸다. 그럼에도 믿고 꾸준히 써주시기에 아프지 않은 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인천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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