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전자 노조 파업 일주일째…협상 '난항'
'3000명→200명' 동력잃은 전삼노…HBM 생산 차질 겨냥
커지는 반도체 경쟁력 약화 우려…끝나지 않은 '노조 리스크'
FT "위기의 삼성전자, 엔지니어는 경쟁사로 이직 생각"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파업이 일주일째로 접어들었지만 노사협상은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총파업 목표를 '생산 차질'로 내걸고 현장을 돌며 투쟁을 이어가는 행보에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총파업을 선언한 전삼노는 11일부터 2차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당초 사흘간 파업하겠다고 했던 전삼노 측은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며 사측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삼노의 이번 총파업 목표는 '생산 차질'이다. 전삼노는 15일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흥캠퍼스 8인치 라인을 시작으로 16일 화성캠퍼스에 이어 온양캠퍼스 등 핵심 사업장에서 홍보 집회를 통해 사측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전삼노는 이날 홍보 집회를 앞두고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파업에 참여하는 모든 조합원은 공지한 장소로 모여 홍보 투쟁에 참여를 부탁한다"고 독려했다.
최근 전삼노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8인치 라인을 멈춰 세우는 것이 목표로 HBM은 사측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반도체"라며 HBM 장비를 멈추게 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가동체제로 잠시라도 멈추면 정상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이 들게 된다. 반도체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된 데다 대체 인력이 있어 생산 차질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실제 차질이 생기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집회 규모는 연일 줄고 있다. 8일 총파업 결의대회 당시 수천명(노조 추산 4000~5000명)이던 참가자 수는 11일 집회에서는 350여명, 12일 집회에서는 200여명(노조 추산)으로 감소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어 빠른 추격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에 납품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는 해당 부분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경쟁사와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까지 생산 차질 없이 정상적으로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산업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삼노가 타깃으로 내건 8인치 라인의 경우 자동화 공정이 대부분 적용된 미세공정에 비해 아직까지 인력 의존도가 높다. HBM과 파운드리 등을 볼모로 삼은 노조의 총파업은 결국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삼성의 경쟁사에만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 주요 외신들도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악재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영국 BBC 등도 전삼노의 파업 소식을 전하며 삼성전자 총파업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가져올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이 파업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사업부의 한 연구원은 FT에 "금전적 보상이 줄어 직원들 사기가 떨어졌다"며 "경영에 방향성이 없어 보여서 그들은 무력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FT는 삼성전자 직원들 사기가 떨어져 엔지니어들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로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한 삼성 투자자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제한적인 한국 엔지니어 인재 공급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지정학적 위험 고조로 대형 고객들이 TSMC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는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 지배력을 약화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컨설팅회사인 세미어낼러시스(SemiAnalysis) 마이런 시에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HBM개발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밀리고 엔비디아 HBM 공급업체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것을 두고 "매우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시에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은 대안을 원하면서도 기술 품질과 안정적 공급원 확보를 최우선에 둔다"며 "이를 삼성전자가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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