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다리가 떨렸습니다."
LG 트윈스 백승현이 4년 만에 다시 타석에 섰다. 감회가 남달랐다.
LG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서 16-7 대승을 거두며 주말 3연전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로써 LG는 50승(42패2무) 고지를 밟으며 4연승을 질주했다. KIA 타이거즈에 이어 두 번째 50승을 달성하며 2위를 유지했다.
이날 승리는 타선의 힘이 컸다. 장단 16안타를 터뜨렸다. 오스틴이 멀티 홈런 포함 4안타 5타점을 쓸어담으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7회 오스틴의 쐐기 스리런이 터지며 타자 일순과 함께 6득점이 터지자 LG 벤치는 주전 선수들을 빼기 시작했다. 7회말 대타로 나섰던 김성우가 포수, 구본혁이 3루수로 들어갔다. 오스틴 타석에서는 8회초 마운드에 오른 백승현이 이름을 올렸다. 이미 내야 자원을 다 활용했기 때문에 오스틴 타순에 들어갈 선수가 없었다.
8회초를 잘 막은 백승현은 8회말 타석 기회가 찾아왔다. 만약 삼자범퇴로 이닝이 끝났으면 백승현까지 타석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두타자 신민재가 3루타를 치고 나가면서 '타자 백승현'을 볼 수 있게 됐다. 홍창기가 1타점 내야 안타와 포일로 1사 2루가 만들어진 상황. 백승현이 헬멧을 쓰고 배트를 들고 나왔다. 그러자 1루 측에선 큰 환호가 쏟아졌다. 백승현의 마지막 타석은 2020년 7월 17일 KT전이었다. 당시 타석에 들어갔고,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로부터 4년 후 이날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백승현은 박정수를 상대로 연속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했다. 그리고 3구째 커브를 맞추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투수 정면으로 향했고, 투수 땅볼로 아웃됐다.
경기 후 백승현은 "타자로 나설 선수가 없다고 해서 준비를 하고 나갔다"며 "타자했을 때보다 팬분들께서 더 환호를 해주신 것 같다. 오랜만에 들어갔는데 다리가 많이 떨렸다"고 타자로 나선 소감을 전했다.
헬멧과 보호 장비는 김범석에게 빌렸고, 배트는 박해민에게 빌려 나갔다.
백승현은 "공을 못 맞추겠더라. 확실히 타자들이 대단한 것 같다"면서 "방망이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아서 투수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웃어보였다.
염경엽 감독은 백승현에게 타격을 주문했다. 동료들도 마찬가지. 백승현은 "감독님께서 들어가기 전에 한 번 쳐보라고 하셔서 적극적으로 쳐보려고 했다"며 "타자 형들은 왼쪽 어깨에 벽을 만들라고 하더라. 정말 타자가 된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백승현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내야수로 LG에 지명된 선수다. 하지만 타자로 4시즌을 뛰고 투수로 전향했다.
백승현이 투수로 전향한 계기는 특별하다. 2020년 호주 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뛰다가 우연한 기회로 마운드에 올랐고, 150km대 강속구를 뿌렸다. 그러자 투수 전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백승현은 2020시즌을 마친 후 전격 투수 전향을 택했다.
투수 전향 첫해 깜짝 활약을 펼쳤다. 2021시즌 16경기에 출전해 1홀드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투수 전향을 선택한 탓인지 몸에 탈이 났다. 2021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 여파로 2022시즌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0.80으로 부진했다.
지난해 다시 살아났다. 42경기 40이닝 2승 3패 11홀드 평균자책점 1.58을 마크하며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필승조로 활약하며 팀의 29년만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올해는 다시 부진하다. 23경기 17⅔이닝 1승 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7.64를 기록 중이다. 부상도 생기면서 1군과 2군을 왔다갔다했다. 염경엽 감독이 후반기 키플레이어로 꼽을 정도로 백승현의 반등은 분명 필요하다.
백승현은 "계속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 감독님께서는 항상 좋은 말씀만 해주시는데 그 믿음에 보답하지 못해서 힘들었다. 요즘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고, 투수 코치님께서도 많이 가르쳐주셔서 좋은 방향으로 가려고 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반성했다.
이날 8회 마운드에 올라 허경민, 강승호, 김재환을 상대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잠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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