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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파리(프랑스) 심혜진 기자] 2024 파리올림픽 혼합복식 결승에 오른 김원호(25·삼성생명)와 정나은(24·화순군청)이 세계랭킹 2위를 꺾고 결승행에 성공했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2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 복식 4강전에서 서승재-유정 조를 2-1(21-16 20-22 23-21)로 꺾었다.
이로써 김원호-정나은 조는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변이었다. 서승재-정유정 조가 실력 면에서 우위였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이 경기 전까지 서승재-채유정 조와의 상대 전적에서 5전 전패로 열세였으나,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승리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혼합복식에서 결승에 오른 건 2008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 금메달 이후 16년 만이다.
김원호-정나은은 또 다른 준결승에서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일본) 조를 2-0(21-14 21-15)으로 제압한 정쓰웨이-황야충(중국) 조와 한국 시각으로 2일 오후 11시10분 금메달을 다툰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원호는 "아직도 이긴 게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나은도 "이게 맞나 싶을 정도다. 예선부터 힘들게 올라왔는데, 결승까지 간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선배를 꺾고 올라왔기 때문에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듯 했다. 표정에서도 기뻐하는 내색을 볼 수 없었다. 김원호는 "저희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파이팅 있고, 적극적으로 활기차게 하려 했다. 더 패기 있게 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마지막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누가 올라가든 금메달을 따야 하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마지막 결승은 어떻게든 이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원호-정나은은 3게임에서 한 때 5-10까지 내주면서 힘겨운 싸움을 했다. 그러나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에 성공했고, 듀스 접전 끝에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승리가 확정된 뒤 눈물을 쏟기도 했다.
김원호는 "내가 집중력을 잃었을 때 나은이가 정신을 차리고 있었고, 저를 잡아줘서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나는 아예 배터리가 끝난 상태였다. 나은이한테 맡기겠다고 얘길 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나은은 "부담이 됐지만, 내가 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끼리의 경기이기도 했고, 준결승전이라 더욱 부담은 컸다. 이러한 부담감은 몸으로 나타났다. 김원호는 3게임 도중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고 의료진에게 받은 주머니에 구토를 하기도 했다.
이에 김원호는 "저녁을 못 먹고 물만 마셔서 헛구역질이 나왔다. 코트에서 뛰다 토할 것 같아 심판을 불렀고, 봉지에 토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동하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올림픽에서 토하는 모습을 보여서 조금 그랬다"고 실망감을 보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김원호의 몸상태는 계속해서 좋지 않았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여자 배드민턴의 레전드인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단 감독이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다.
김원호는 "어머니께서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내려주는 거라고,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해주셨다"며 "길영아의 아들이 아닌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해드리겠다고 했다"고 든든함을 전했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놓쳤던 김원호는 이번 올림픽 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그는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결승에서 이기고 있을 때 군대 생각을 해서 진 기억이 있다"며 "그래서 이번엔 경기 중엔 생각을 안 했다"고 했다.
혼합복식 결승전 상대는 세계 1위 중국이다. 김원호-정나은은 예선에서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충을 만나 0-2로 패한 바 있다.
김원호는 "예선에선 졌지만, 결승전은 아마 다를 것"이라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
파리(프랑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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