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대투수도, 페라자도 갑자기 덕아웃으로.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한화 이글스 최재훈이 2회말 1사 2,3루 찬스서 KIA 타이거즈 양현종의 초구 140km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선제 좌월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이원석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2사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 요나단 페라자. 18시33분이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조명탑의 불이 꺼졌고, 두 대의 전광판도 모두 암흑이 됐다. 기자실도 마찬가지였다. 전기와 인터넷이 한꺼번에 끊겼다. 정전이었다. 해가 지지 않은 상황이라 야구장은 여전히 밝았지만, 경기를 진행할 수 없었다. 경기장 자체의 모든 운영이 올 스톱됐다.
전광판이 작동하지 않으면 각종 기록을 저장할 수 없고, ABS도 작동하기 어렵다. 결국 그대로 경기는 중단됐다. 양 팀 선수들은 덕아웃으로 철수했다. 이후 18시37분부터 전광판 시계를 시작으로 각종 시설이 하나, 둘 정상 가동되기 시작했다. 기자실의 전기, 조명, 인터넷, 에어컨 가동 모두 정상화됐다.
단, 경기는 19시11분에 재개됐다. 38분이나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건 한화생명이글스파크가 오래된 구장이라서 전력을 끌어오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야구를 하는 동안 대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한화 관계자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전기설비가 부하를 감당하지 못해 18시 33분부터 18시 37분까지 4분간 정전됐다”라고 했다.
한화는 2023년 8월1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서도 갑자기 전광판이 꺼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번 케이스처럼 완전한 장전은 아니었다. 때문에 약 5분만에 복구, 경기를 이어갔다는 게 한화 관계자 설명이다.
선발투수들은 졸지에 어깨가 식었다. KIA 양현종은 덕아웃 앞에 나와 열심히 롱 토스를 했다. 한화 선발투수 라이언 와이스도 똑 같은 상황. 그러나 두 팀 모두 경기 재개 후 선발투수를 교체하지는 않았다. 이후 정상적으로 경기를 마쳤다.
가장 큰 피해자는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입장한 12000명 관중이었다. 한화는 이날 시즌 홈 최대 38경기 매진을 이어갔다. 전력이 조금씩 회복되자 심판진이 그라운드에 나와 19시13분에 경기를 개시한다고 공지하긴 했다. 그러나 팬들은 갑자기 더위 속에서 하염없이 경기 재개를 기다려야 했다.
이번 정전의 교훈은 명확하다. 한화가 더 이상 이 구장을 홈으로 쓰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뜻이다. 마침 한화는 2025시즌부터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바로 옆에 위치한 최신식 야외 신구장으로 홈구장을 옮긴다. 물론 그 구장도 정전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전력을 다시 공급받는데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한화 관계자 설명이다.
대전=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