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뿔테 안경에 얇은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배우 엄태구는 시종일관 무릎을 쓸어내리며 긴장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 모습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5일 마이데일리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엄태구를 만나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놀아주는 여자'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큰 형님' 서지환과 아이들과 놀아주는 '미니 언니' 고은하의 로맨스를 드린 드라마다. 극중 엄태구는 남자 주인공 서지환으로 분해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최근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 조사 결과에서 TV-OTT 통합 출연자 화제성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대세'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취재진을 만난 엄태구는 "너무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이다"라며 "사실 촬영하면서도 확신이 없었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보실지 두렵기도 했는데,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보시는 분들께서 너무 좋게 봐주셔서 힘을 많이 얻었다"고 밝혔다.
당초 '놀아주는 여자'의 남자 주인공을 엄태구가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에 대한 드라마 애청자들의 궁금증이 폭발했다. 그간 '구해줘 2', '홈타운', '낙원의 밤' 등 다수의 작품에서 강렬하고 거친 모습들을 보여줬던 엄태구이기에 이번 행보가 파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것.
엄태구는 "그동안 너무 어두운 작품을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밝은 것이 하고 싶었다. 그런데 밝은 작품들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러다 '놀아주는 여자'의 대본이 들어왔다. 작품이 이렇게 괜찮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 대본이 재밌었다. 무해하고 귀여웠다. 그래서 조금 겁은 났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확신이 없었다지만, 드라마 공개 직후 엄태구는 매회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사랑을 받았다.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모습, 사랑에 빠져 고은하에게 다양한 애정표현으로 '주접'을 떠는 모습, 진지하게 질투를 하는 모습 등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엄태구의 새로운 모습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전해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엄태구는 "매 신 하나하나 진심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완성된 방송을 봤을 때 걱정을 많이 했던 것에 비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평소에 그렇게 '업'되어 있지 않은데, 연기하며 텐션을 올려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잘 안돼도 계속 노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유독 힘들었던 장면으로는 바람을 맞으며 멋지게 출근하는 장면을 꼽았다. 엄태구는 "쉽지 않았다"면서도 "내 목표는 '현타'가 오고 아무리 부끄러워도 진심으로 진짜처럼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잘해낼 수 있을까'가 포커스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방송을 볼 때면 항상 두 번을 본다. 처음엔 내 연기가 떨려서 집중을 잘 못한다. 그래서 그 다음에 정신을 차리고 두 번을 본다. 보면서 공부가 많이 됐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런 포인트를 좋아하시네?' 그런 것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이 종영된 후에도 '로코 킹'으로 거듭난 엄태구의 인기가 뜨겁다. 그 역시 로맨스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모습이었다. 엄태구는 "앞으로 안해봤던 류의 멜로,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많이 해보고 싶다"며 "'놀아주는 여자'를 찍어봤으니 다음 번에는 더 뻔뻔하게 해보겠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또 "계속 이야기를 해왔는데, 정통 멜로가 해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창구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엄태구는 "SNS 개설이나 팬미팅과 관련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시청자들에게) 보답해드리고 싶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는 처음이다. 그래서 더 보답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인스타그램 개설 외에도 이야기 중인 것이 있다"고 덧붙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인터뷰 말미 엄태구와 함께 그의 연기 역사를 되돌아봤다. 엄태구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웃더니 "너무 부족했다. 지금도 부족하지만 지금의 내가 봤을 때는 (그때가) 너무 부족하고 오그라들고 잘 못보겠더라"고 털어놨다.
또 "돌아보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막연하게 버텼던 것 같다. 내가 다른 것을 특별하게 잘했던 것이 없어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난 특별히 엄청나게 바뀌지도, 뭘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이 무섭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촬영하며 충분히 부정적인 반응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확신이 있지 않아서, 한동안 대본이 안 들어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1회가 공개될 즈음 많이 불안했다. 내면에 많은 소용돌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반응을 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힘을 주신 분들께 보답을 드리기 위해 뭐라도 해보겠다. 또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예주 기자 yejule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