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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파리(프랑스) 심혜진 기자]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4·화순군청)이 축하 받는 자리임에도 활짝 웃지 못했다. 안세영(22)의 폭탄 발언 때문이었다.
대한체육회는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에서 배드민턴 대표팀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열었다.
혼합복식 은메달을 따낸 김원호와 정나은이 기자회견에 참가한 반면 '작심 발언'을 쏟아낸 안세영은 불참했다.
세계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 조는 지난 3일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서 세계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 조에 0-2(8-21 11-21)로 졌다.
비록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지만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16년 만에 최고인 은메달을 수확했다. 2008 베이징 대회에선 이용대-이효정 조가 금메달을 딴 바 있다.
그리고 이날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다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날 28년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안세영이 폭탄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선수 부상 관리와 대회 출전 등에 관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협회는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논란은 이어졌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가 움직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협회 관계자는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결국 김원호와 정나은에게 안세영 관련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서로 서로 눈치를 보며 질문하고 답하는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은메달을 따고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원호는 "올림픽을 치르면서 압박감과 부담감 있었다. 잠도 잘 못잤다. 끝나고 나니깐 마음 편해지고 숨도 쉬어지는 기분이었다. 한국에서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셨다. 축하 문자도 많이 왔다. 기분 좋았다. 행복했다"고 웃어보였다.
정나은 역시 "첫 올림픽이긴 한데 큰 무대 설 수 있었던 게 정말 자랑스러웠다. 올림픽 무대의 무게감이 다른 시합보다 달랐다. 잠도 잘 못잤던거 같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잘 마무리할 수 있어 저와 오빠한테 고맙고 칭찬해줘야 할 것 같다"며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만큼 금메달은 가져다드리지 못했지만 은메달이라는 값진 메달 걸고 들어가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이다. 길 감독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다. 1995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 1993∼1995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 등을 이룬 한국 배드민턴 전설이다.
준결승전이 끝난 후 김원호는 "이제 제가 길영아의 아들로 사는 것이 아니라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올림픽 무대는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을 해줬다"고 전한 바 있다.
그리고 모자 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원호는 "어릴 때 했던 말을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고생 많았고, 면제 축하한다는 말 해주셨다"고 어머니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훈훈했던 분위기는 잠시였다. 안세영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안세영의 마음을 감지했는지와 선수단 내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김원호는 "파트가 나눠져있기 때문에 잘 못느꼈다. 기사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협회의 선수 관리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 온 것도 혼자 힘으로 온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주신 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올림픽 전에 올림픽 대비 훈련도 지원해주셨다. 제가 알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정나은은 "세영이와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협회에서) 힘을 써주신 것 같다. 훈련에만 집중했다"고 선을 그었다.
김원호-정나은 조는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웃는 날이 많지 않았다.
준결승전에서 서승재-채유정 조를 이기고 결승전에 올라갔지만 동료를 떨어뜨렸다는 미안함에 크게 웃지 못했다. 오히려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결승전에서는 염원했던 금메달을 걸지 못했다. 이어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까지.
한국 배드민턴은 황금 세대로 불렸지만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로 아쉽게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김원호는 "사실 우리 조가 메달권에 가장 못 미치는 기량이라고 생각했다"며 "대표팀 누나, 형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한 걸 옆에서 지켜봤기에 더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실력으로 보면 다들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실력인데, 올림픽 무대에서 이변이라는 게 많이 생긴다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됐다"면서 "형, 누나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이래 아쉽다. 그래도 다음엔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믿고 있다"고 응원했다.
정나은은 "이번 배드민턴 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함께 훈련한 대한민국 여자복식, 남자복식, 모든 종목 선수들과 옆에서 함께 훈련했다. 그들이 어떻게 훈련해왔고, 얼마나 간절히 임했는지 우리는 옆에서 잘 지켜봤다. 그래서 그런지 내겐 더 슬프고 아쉬운 결과"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이번 올림픽이 끝이 아니고 다음 올림픽도 있으니 저희 대한민국 대표팀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파리(프랑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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