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팀이 어려울 때 찾는 투수가 되고 싶다.”
윤영철(KIA 타이거즈)이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뒤, 충암고 마운드는 우완 박건우(18)가 책임져왔다. 2학년 시절부터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최근 포항에서 끝난 제58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서도 16강, 8강, 4강서 잇따라 구원승을 따냈다. 이번 대회 성적은 4경기서 18⅔이닝 9피안타 28탈삼진 2실점, 3승 평균자책점 0.96.
고교통산 51경기서 22승3패 평균자책점 1.82, 203이닝 236탈삼진 WHIP 0.89. 윤영철이 고교 시절에 거둔 23승, 236탈삼진에 육박한다. 2학년 때 94⅓이닝을 소화하며 패스트볼 구속이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휴식과 훈련을 착실하게 병행하면서 구속을 많이 회복했다.
현재 포심패스트볼 최고 147~148km을 구사하며, 투심, 커브, 슬라이더에 올해 스플리터도 연마했다. 고교 레벨에선 경기운영능력과 커맨드가 상당히 좋은 우완투수다. 9월에 열릴 2025 KBO 신인드래프트서 1라운드 지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건우는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서울 성동구의 유소년야구단을 통해 야구에 입문했다. 그때부터 엘리트 야구선수의 꿈을 꿨다. 동네 건물 벽에 공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던 아이가, 이제 프로 입성을 눈앞에 뒀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난 박건우는 “공부를 그래도 나쁘지 않게 했다. 사실 공부를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다. 야구가 참 재밌었다. 특히 공 던지는 게 재밌었다”라고 했다. 유소년 야구단에서 야구의 재미를 느꼈고, 충암중학교 시절 야구의 기본기를 많이 연습했다. 힘들어도 묵묵히 견뎠다.
박건우의 어머니는 “성동구에 유소년 야구팀이 생겼다. 건우가 프로야구선수가 되려면 여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때 드래프트에 뽑혀야 하고, 야구 중~고등학교에 들어가야 하니 선수반에 들어갔다. 야구 하나만 보고 묵묵히 걸어온 아이”라고 했다.
박건우는 유소년 야구 시절을 떠올리며 “제대로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니까. 그땐 많이 긴장 많이 했다. 즐기면서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때 제일 재밌게 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야구에 대한 재미를 유소년야구 시절 느꼈다면, 충암중 시절 본격적으로 야구의 깊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박건우는 “중학교 때 원용묵 코치님이 하체운동, 체력운동을 많이 시켜줬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갔다. 1학년 때 137~138km까지 나왔는데,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150km까지 나왔다. 고1 때 어느 순간 3학년 형들이 내 공에 헛스윙을 많이 했다. 기량이 늘었구나 생각했다”라고 했다.
혹사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박건우는 “혹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JTBC 최강야구를 통해 야구 팬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이영복 감독을 두고서는 “화끈한 분이다. 승부욕이 넘친다. 그라운드 밖에선 정말 잘 해준다”라고 했다.
이영복 감독은 2학년 때부터 박건우에게 사인을 내지 않았다. 박건우는 “중학교 때는 코치님이 내줬는데 고등학교에 오니 감독님이 1학년 때부터 내게 맡겼다. 중요할 때만 내줬는데 2학년 때부터 계속 내게 맡겼다”라고 했다. 자기주도 볼배합을 해보니 야구에 대한 이해도, 경기운영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2년 선배 윤영철과 1년을 함께 보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박건우는 “영철이 형을 보면 강약 조절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하나 싶다. 언제 어떻게 볼을 던져야 하는지 알았고 배웠다”라고 했다. 요즘도 두 사람은 종종 통화하며 친분을 다진다. 윤영철은 대통령배 기간 박건우에게 “우승 못하면 서울 오지 마라”고 했다. 과격한(?) 농담 속에 우정과 신뢰가 느껴진다.
변시원 투수코치와 가장 긴 시간을 함께 한다. 박건우는 “어떻게 타자들을 쉽게 상대할 수 있는지 분석해준다. 나도 경기 전략을 짜지만 코치님이 말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경기를 하지 않을 때 컨디션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지도 얘기해준다”라고 했다.
구종 연구, 연마도 함께한다. 박건우는 “직구, 슬라이더 투 피치였는데 투심을 익혔다. 직구와 비슷하게 던지면서 연마했다. 슬라이더와 커브가 옆으로 휘니 밑으로 떨어지는 공이 필요해 스플리터를 익히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대통령배 준우승이 참 아쉬웠다고. 투구수 제한에 걸려 안산공고와의 결승에 나가지 못했다. 박건우는 웃으며 “내가 나가면 우승하지 않았을까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준우승이 아쉽지만, 팀원들이 열심히 했다”라고 했다.
박건우는 대만에서 펼쳐질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마치면 9월 KBO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의 꿈을 실현한다. 좋아하는 팀은 LG 트윈스이고, 선발투수를 욕심 내지도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미 ABS와 피치클락을 경험해봐서 적응에 자신 있다고 했다.
박건우는 “LG를 좋아한다. 고우석(마이애미 말린스)선배님을 응원했다. 홍창기 선배님을 상대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산 김택연 형처럼 불펜에서 확실하게 1이닝을 막는 역할을 하고 싶다. 내가 당장 프로에 가서 선발을 하긴 힘들다. 선발의 꿈은 있지만, 일단 프로에 가서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팀이 어려울 때 찾는 투수가 되고 싶다. 꼭 선발이 아니더라도 1라운드에 뽑히고 싶다”라고 했다.
또한 박건우는 ABS와 피치클락에 대해 “ABS는 작년부터 했다. 하면할수록 적응이 되더라. 피치클락은 청소년대표팀에서 해봤다. 내 투구템포대로 던지니 (시간제한에)걸리지 않더라. ABS와 피치클락은 신경 안 쓴다”라고 했다.
최강야구에 출연해본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박건우는 “박용택 선배님을 상대한 게 아직도 기억 난다. 삼진도 잡고 안타도 맞았다. 이대호 선배님에겐 2루타 한 방을 맞았는데 아무리 유인구를 던져도 방망이가 안 나오더라”고 했다.
이 질문을 하고 싶었다. 동명이인 박건우(NC 다이노스)를 아는지, 혹시 만난 적 있는지. 당연히 박건우는 대선배 박건우가 누군지 알고 있다. 그러나 “한번도 만난 적은 없다. 뵙고 싶다”라고 했다. NC에 지명되면 한솥밥도 먹을 수 있다. 9월 신인드래프트가 기다려진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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