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저자: 우에노 지즈코 |역자: 이주희 |동양북스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정선영] 몇 해 전 일이다. 출근 준비를 위해 세수를 하려는데 허리가 찌릿했다. 찌릿한 느낌은 곧장 파밧 하는 느낌으로 이어졌다. 순간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정확히는 어떤 힘이 나를 주저앉혔다고 해야 할까.
그대로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화장실에서 기어나와 한동네 사는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허리 디스크가 재발한 것이다. 언니는 곧장 달려와 119를 부르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겨우 일으켜 잠옷을 갈아입혔다. 그 길로 입원해야 했다. 퇴원 후에도 한동안 척추 전문 병원을 다니며 약물과 주사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때 만약 내 핸드폰 배터리 방전 상태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만 하루 넘게 연락이 되지 않았다면 차로 3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엄마가 찾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더 나이를 먹고 남은 가족이나 친구도 없는 상황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1인가구에게 ‘고독사’는 남의 일이 아니다. ‘50대 여성 원룸서 고독사… 숨진 지 3개월 만에 발견’, ‘몇 달째 관리비 체납돼 관리인이 신고…또 고독사’ 같은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간담이 서늘해지곤 한다.
죽음은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잘 죽는 것이 관건이다. 어떻게 죽는 게 잘 죽는 것일까? 이 책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의 저자 우에노 지즈코는 “건강하게 살다 편안하게 집에서 홀로 죽는 것”이라 말한다.
어차피 죽을 때는 혼자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 역시 저자처럼 죽을 때는 가능한 조용히, 요란스럽지 않게 죽고 싶다. 그렇다면 내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인 내 집에서 편안히 눈을 감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1인가구의 죽음에 대해 ’고독사‘라는 말 대신 ‘재택사’라는 말을 쓰자고 강력히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고독사한 사람들은 살아 있을 때부터 고립된 인생을 살았다. 고립된 인생이 고독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혼자 사는 노인이 혼자서 죽는 게 뭐가 나쁜가”.
그렇다. 죽음이라는 문제를 두고 진심으로 걱정해야 할 것은, 고립된 인생이다. 세간의 우려 섞인 시선(우리 사회에서는 1인가구라고 하면 필요 이상의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과 달리 1인가구라고 해서 모두가 외롭고 고립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다.
저자 말처럼 “살아 있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고독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고독사 방지의 핵심은 발견 속도를 앞당기는 것뿐이다. 사후 일정 시간, 그것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 발견된다면 누구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인생이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와 연대 중요하다.
책은 각종 통계 자료와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 1인가구 행복지수가 2인가구보다 높다고 지적한다. 자살률도 1인 가구보다 오히려 2인 가구가 높다. 노후 행복지수는 자녀 유무와는 관계없다, 요양 시설이나 병원에서 죽기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자신이 살던 집에서 편안하게 죽는 게 가장 현명하다는 결론이다.
언젠가 도쿄에 있는 친구가 오랜만에 톡으로 안부를 묻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 지금 노후준비하는 거야.” 내가 의아해하던 차 친구는 이렇게 덧붙였다. “노후준비가 별거야? 이렇게 같이 늙어갈 사람들과 지금부터 자주 안부 묻고 하는 거지.”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혜안에 탄복한다.
고독사 걱정은 이제 그만. 대신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이 더 자주 교류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러다 고요하고 편안하게 ‘재택사’를 맞이하기를.
|북에디터 정선영. 책을 들면 고양이에게 방해받고, 기타를 들면 고양이가 도망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타와 고양이,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삶을 꿈꾼다.
북에디터 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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