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좌승사자' 찰리 반즈가 후반기 전경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마운드를 내려올 대는 기립박수까지 쏟아졌다.
롯데는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12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2-0으로 신승을 거뒀다.
▲ 선발 라인업
롯데 : 황성빈(중견수)-고승민(2루수)-전준우(지명타자)-빅터 레이예스(좌익수)-손호영(3루수)-나승엽(1루수)-윤동희(우익수)-박승욱(유격수)-손성빈(포수), 선발 투수 찰리 반즈.
KT : 멜 로하스 주니어(지명타자)-김민혁(우익수)-황재균(3루수)-오재일(1루수)-김상수(2루수)-배정대(중견수)-천성호(좌익수)-조대현(포수)-심우준(유격수), 선발 투수 조이현.
최근 흐름이 좋은 두 팀의 맞대결에서 전날(9일) 먼저 미소를 지은 쪽은 KT였다. 롯데 선발 박세웅이 4이닝 동안 투구수 79구, 12피안타(1피홈런) 5볼넷 1탈삼진 8실점(7자책)으로 무너졌던 까닭이다. 롯데는 경기 후반부 고삐를 당기며 어떻게든 간격을 좁히려 애썼으나, 경기 초반부터 넘어간 분위기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에 뿔난 김태형 감독도 "선발 투수가 그런 투구 내용을 보이면 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는다"고 지적했다.
시리즈의 첫 경기는 내줬지만, 이날 '에이스' 찰리 반즈가 마운드에 오른 만큼 롯데는 반드시 경기를 잡았어야 했다. 그런데 경기 초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롯데는 1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고승민이 KT 선발 조이현을 상대로 3구째 138km 직구를 공략해 중견수 방면에 3루타를 폭발시키며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후속타자 전준우가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찬물을 끼얹었고, 빅터 레이예스까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첫 기회를 날렸다. 이후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롯데는 2회 나승엽의 볼넷 출루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3회에는 선두타자 손성빈이 KT 유격수 심우준의 실책을 바탕으로 1루 베이스에 안착했으나, 이번에도 진루타 하나 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4회에는 삼자범퇴로 꽁꽁 묶이기까지 했다. 올해 조이현이 단 한 번도 5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고, 2이닝 이상 투구시 반드시 실점이 있었던 것을 고려했을 때 아쉬운 공격이 거듭됐다.
물론 조이현이 롯데를 상대로 매우 강했던 것도 있었다. 조이현은 커리어 통산 롯데를 상대로 8경기(3선발)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강했다. 특히 커리어 최고 투구도 상대는 롯데였다. 조이현은 지난 2021년 10월 9일 롯데를 상대로 6이닝 1피안타 4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조이현 커리어에서 6이닝 투구는 총 두 번, 그 중 한 차례가 롯데였다. 그동안의 기록이 보여주듯 롯데를 상대로 강한 면모가 다시 나왔던 셈이다.
롯데 타선이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반즈의 투구는 탄탄했다. 1회 선두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안타를 맞으며 이닝을 출발했으나 무실점을 기록했고, 2회에는 첫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특히 3회에는 조대현에게 131km 슬라이더, 심우준에게 127km 체인지업, 로하스에게 130km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구사해 'KKK' 이닝을 만들어냈고, 4회 또한 별 다른 위기 없이 KT 타선을 묶어나가며 팽팽한 투수전의 흐름을 선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균형이 무너졌다.
균형을 먼저 깬 것은 롯데였다. 롯데는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승욱이 3B-1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조이현의 5구째 130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폭발시켰다. 시즌 5호 홈런으로 비거리 130m. 그리고 반즈가 5회말 수비에서 선두타자 배정대에게 볼넷, 천성호에게 안타를 맞으며 무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포수 손성빈의 견제사의 동무을 받는 등 무실점으로 이닝을 매듭지으면서 경기는 중반으로 향했다.
KT는 조이현이 5이닝 동안 투구수 78구,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자, 6회부터 곧바로 불펜을 가동해 승부수를 띄웠고, 양 팀의 팽팽한 경기는 이어졌다. KT는 김민수가 6회에 등판해 롯데의 공격을 막아내며 실점 위기를 극복했고, 롯데는 반즈가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1점차의 팽팽한 균형이 무너졌다.
7호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승욱이 볼넷을 얻어내자, KT가 우규민을 투입하며 급한 불 단속에 나섰다. 이때 대타 노진혁이 유격수와 2루수, 중견수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안타를 터뜨리며 1, 3루 기회가 만들어졌고, 황성빈이 번트 안타로 3루 주자를 불러들이며 한 점을 더 보탰다. 다만 이번에도 롯데는 이어지는 찬스에서 더이상의 점수를 뽑아내지는 못했으나, 반즈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배정대에게 안타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후속 타자들을 완벽하게 요리하며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이날 KT위즈파크는 1만 8700석이 모두 매진됐는데,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반즈'의 이름을 힘차게 외쳤다.
롯데는 반즈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8회 김상수가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KT 타선을 잠재웠다. 그런데 마무리로 등판한 김원중이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상수에게 내야안타를 내준 뒤 배정대에게 좌익수 방면에 2루타까지 허용하면서 2, 3루 위기가 찾아왔다. 이에 KT는 천성호를 대신해 문상철을 내세우며 승부수를 띄웠고, 롯데는 자동 고의4구로 만루책을 펼치고 강백호와 승부를 택했다. 여기서 양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김원중이 강백호화 무려 7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고, 이어 나온 심우준까지 잠재우며 짜릿한 2-0 승리로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수원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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