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
데뷔 때 선천적 장애가진 ‘루나’ 발굴해 대상경주 우승해
상반기에만 34승으로 서울·부경 통합 최다승을 기록 중
[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영화 <챔프>의 김영관 조교사가 올해 상반기에만 34승으로 서울·부경 통합 최다승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8월 중 1500승 달성이라는 전대미문 기록을 앞두고 있다.
경마 조교사는 마주와 경주마 위탁관리 계약을 맺고 훈련과 관리, 출전경주 설계와 전략까지 총괄한다. 마치 스포츠의 프런트 같은 역할이다. 마주가 경주마를 맡길 수 있도록 영업하고 전국 목장을 돌아다니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경주마를 발굴하는 것 또한 조교사의 일이다.
9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2004년 데뷔한 21년 차 김영관 조교사가 현재 1500승 달성까지 단 3승을 남겨둔 상태다.
조교사는 보통 한 주에 열리는 15개 경주 중 8개 경주에 출전한다. 이렇다 보니 연간 50승을 달성하면 그해 최다승을 달성할 수 있는 게 보통이다. 20년을 해도 1000승 정도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에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활동하는 71명 조교사 중 500승을 넘긴 이는 10명 남짓하다. 실제로 역대 기록을 보면 1000승 달성은 단 2명으로 2016년에 은퇴한 신우철 조교사(29년)와 2022년 은퇴한 박대흥 조교사(40년)다. 이들은 때문에 김영관 조교사의 1500승은 한국 경마 역사에서 오랜 기간 깨지지 않는 난공불락의 대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김영관 조교사는 17년 연속(2006~2022년) 최다승 달성, 최우수 조교사 12회 수상, 최단기 1,000승 달성 등 김영관 조교사는 최초·최고·최다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스스로 자신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21년간 누적 순위상금만 871억원에 달한다. 남들은 일 년에 한 번 우승하기도 어렵다는 상급 ‘대상경주’를 무려 68차례 우승했다.
김영관 조교사는 기수 출신이다. 1976년부터 기수 생활을 하다가 체중 조절 실패로 마필관리사로 전향했다. 하지만 서울경마공원 마필관리사 생활도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다만 말과 함께 잠을 자며 말의 습성을 익힌 이때의 경험은 값진 자산이 됐다. 이후 2003년 조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듬해 한창 개장을 준비하던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데뷔했다.
스카우터가 유망주를 발굴하는 선견지명이 중요하듯이 조교사는 명마를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특히 경마계에는 마칠기삼(馬七騎三)이라는 말이 있다. 경마 승패를 가르는 요소로 말이 70%, 기수가 30%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김영관 조교사는 마방에서 볼 수 없는 조교사로도 유명하다. 대부분 목장을 다니며 신예마 발굴에 힘을 쏟기 때문이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달려가 자신만의 안목으로 말 생김새를 보고 명마의 자질을 갖춘 망아지를 발굴한다.
사자성어 ‘백락일고(伯樂一顧)’가 있다. 우수한 말도 백락이 봐줘야 빛을 발한다는 뜻이다. 김영관 조교사는 ‘현대판 백락’이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춘추시대 말을 감정했던 전설적인 ‘상마가’로 후대까지 이름을 날린 백락에 비유한 것.
김영관 조교사 역시 2004년 데뷔 때부터 전설이 됐다. 조교사 인생 첫 경주로 함께 한 말이 영화 <챔프>의 실제 주인공인 ‘루나’다. 2003년 경주마 경매장에 나왔던 루나는 선천적 다리 장애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 루나에게 가능성을 본 김 조교사의 보살핌에 힘입어 루나는 그에게 첫 대상경주 우승을 안겨줬으며 몸값의 78배를 벌어들였다.
국내 최다 연승마로 기록된 17연승의 ‘미스터파크’ 역시 김영관 조교사가 발굴한 말이다. 본래 경주마 데뷔 이전 몇 번의 구매취소를 겪으며 외면받는 시련을 겪었다. 김 조교사는 미스터파크의 강한 승부욕을 눈여겨 봤고 곽종수 마주에게 추천했다.
이름만 대도 알 만한 대한민국 최고 경주마는 대부분 김영관 조교사가 배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나와 미스터파크 외에도 대통령배(G1) 4연패라는 전후무후한 기록을 남긴 ‘트리플나인’, 국내 최초 통합 삼관마 ‘파워블레이드’, 2023년 암말 삼관마 자리에 오른 ‘즐거운여정’ 등이 모두 김영관 조교사와 함께 했다.
경마업계 관계자는 “보통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들에게 조교사들이 위탁을 부탁하는 형국이지만, 김영관 조교사는 반대”라며 “말을 데려가 훈련시켜 경주에 출전시켜 달라는 마주들이 줄을 서 있다”고 귀띔했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