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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파리(프랑스) 심혜진 기자] 16년만에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한국의 세자매 뒤엔 오광헌 감독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신유빈(20·대한항공),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 이은혜(29·대한항공)로 이뤄진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독일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3-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이 종목 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를 총 2개의 동메달을 따냈다. 은메달 1개(남자 단체전)를 따낸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이다.
특히 신유빈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번 대회서 단식, 혼합 복식, 단체전에 모두 출전하며 15일 동안 14경기 강행군을 펼쳤다. 신유빈은 3개 종목에서 모두 준결승에 진출했고,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탁구에서 단일 대회에 2개 이상의 메달을 딴 선수가 나온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이후 32년 만의 일이다.
김택수(대한탁구협회 부회장), 현정화(한국마사회 감독), 유남규(KRX 탁구단 감독)까지 포함하면 역대 4호 멀티 메달을 따낸 선수가 됐다.
침체 늪에 빠졌던 한국 여자 탁구는 2022년 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상승세를 거듭했다. 신유빈과 전지희가 2023년 더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복식 은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복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더니 이번 올림픽에서는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이 종목 메달을 수확했다.
사실 오광헌 감독은 선수 시절 무명에 가까웠다.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뒤 확실한 리더십을 뽐냈다. 서울여상에서 코치로 일하다 1995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슈쿠도쿠 대학을 일본 정상으로 이끌었고,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 여자 대표팀 코치 및 주니어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일본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 등을 이끌었다.
2017년 귀국해 남자 실업팀인 보람할렐루야를 이끌던 오 감독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여자 탁구 대표팀을 맡게 됐다. 바로 성적이 난 것은 아니었다. 올 초 부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입상에 실패하자 오 감독의 리더십을 향한 시선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파리 올림픽에서 일을 낸 것이다. 신유빈이 동메달 2개를 목에 거는 성과를 냈다. 전지희는 세 번째 올림픽 만에 메달을 획득했다. 이은혜는 생애 첫 올림픽 무대서 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안았다.
선수들에게 오광헌 감독은 어떤 지도자일까.
전지희는 "선수들에게 배려를 너무 많이 해주신다. 이것이 정말 크지 않냐"면서 "감독님도 분명 긴장하시는데, 우리한테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시고 그 특유의 폼으로 기운을 많이 불어넣어주셨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신유빈은 "내가 만나 본 감독님 중 가장 좋으신 분이다. 내가 이 정도 표현력밖에 없어서 너무나 죄송할 정도다"라면서 "선수 한 명 한 명 다 신경써주시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지고 계시다. 선수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게 해 주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정말 말을 잘 못했는데, 꼭 기사 예쁘게 써달라"는 애교섞인 부탁도 더했다.
이은혜는 "감독님이 너무 좋다. 일단 우리와 같은 믿음을 갖고 계시다. 또 따뜻하시고, 모든 걸 다 생각하고 계시는 좋은 감독님이시다. 최고다"고 엄지를 치켜세워보였다.
단점이 없냐는 짓궂은 질문에 대해서는 세 선수 모두 "단점이 없다. 단점을 보여주시지 않는다. 안 보여주는 게 단점이다"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끝까지 오광헌 감독에게 신뢰를 보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은 “오 감독님은 진짜 고집이 세신 분인데 난 믿었다"면서 "그분만큼 오래 여자 선수들을 지도한 분이 없다. 또 외국에서 인정할 정도의 외국인 지도자였다.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똘똘 뭉쳐서 하는 건 역대 처음 본 것 같다. 그것이 바로 오 감독님의 리더십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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