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오승환 선배님과 경쟁이요?”
근래 세이브 경쟁에 김이 빠졌던 게 사실이다. 27세이브로 1위를 달리는 오승환(42, 삼성 라이온즈)은 7월 이후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급기야 박진만 감독이 지난주 광주 원정에서 오승환이 꼭 9회에 대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22세이브로 2위를 달리는 정해영(23, KIA 타이거즈)은 어깨통증으로 최근 1개월 반 동안 개점휴업했다. 1주일 전에 돌아와 중간계투로 2경기에 나섰다가 1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클로저로 돌아왔다. 6월20일 광주 LG 트윈스전 이후 약 2개월만에 세이브를 따냈다.
그러나 13일에 오승환도 세이브를 따냈다. 그리고 정해영의 뒤를 유영찬(LG, 21세이브)이 추격한다. 최근 페이스가 좋은 18세이브의 박영현(KT 위즈)도 있다. 식었던 세이브 레이스가 이날을 계기로 타오를 가능성은 있다.
정해영은 고개를 저었다. 특히 오승환과의 경쟁에 대해선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1달 반을 빠졌는데 세이브왕을 노리는 건 솔직히 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승환 선배님을 따라가는 것보다 팀을 생각한다”라고 했다.
오승환에 대해선 “경쟁 관계라기보다 그냥 저는 너무 어리고, 선배님은 많이 베테랑이니까. 그냥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정해영이 이렇게 얘기하는 건 겸손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해서인 듯하다. 오히려 정해영은 삼성전이 있을 때마다 오승환을 찾아가 인사도 하고 좋은 얘기도 많이 듣는 것 같다.
정해영은 “대구에서도 좋은 말씀을 들었고, 광주에서도 만났다. 오승환 선배님이 마무리라고 해도 스트라이크같은 볼을 던져야 한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많이 좋아졌다. 삼성과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야구얘기)여쭤보려고 한다”라고 했다.
사실 오승환을 멘토로 삼는 클로저가 많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이자 레전드 클로저임은 분명하다. 오승환이 타 구단 후배 불펜투수들이 찾아오면 격려와 조언을 해준다는 후문이다. 정해영은 그런 오승환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이러니 오승환과의 세이브 경쟁은, 영 어색하다. 큰 틀에서 보면, 두 사람은 한국야구의 클로저 스토리를 이끄는 동반자다.
그래도 같은 프로 선수이고, 경쟁은 경쟁이다. 27세이브와 22세이브. 두 팀 모두 성적도 좋고, 포스트시즌서 맞붙을 가능성도 있다. 19살 터울의 신구 클로저가 가을의 9시 야구를 수놓는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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