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1루수는 어떤 공이 오더라도 편하게 잡아야.”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내야수 최주환(36)은 올 시즌 98경기서 타율 0.239 10홈런 56타점 35득점 OPS 0.674 득점권타율 0.248이다.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팀이 기대하는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차피 최주환이 애버리지형 타자는 아니다.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20홈런을 쳤던 타자다. 키움은 장타력이 늘 부족한 팀이다. 한 방 능력을 기대하고 2차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영입했다. 14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 9회말 끝내기홈런은, 최주환이 밥값을 제대로 한 장면이었다. KIA 마무리 정해영의 145km 낮은 패스트볼을 기 막히게 걷어올렸다.
최주환은 “넘어갈까 싶었는데, 공이 떨어지고 잘 날아갔다. 잡히면 어쩌나 싶었는데 환호성을 들어보니 넘어갔구나 생각했다. 끝내기안타로 결승타를 장식할 수 있다는 게 짜릿하다”라고 했다. 두산 베어스 시절 2018년 5월31일 잠실 SK 와이번스전 이후 개인 세 번째 끝내기홈런.
그런 최주환은 베테랑답게 화려함보다 내실에 신경 쓴다. 주전 1루수로서 수비에 만전을 기하고, 자신의 나이에 맞는 건강 관리에 힘쓴다. 이를테면 젊은 선수들 위주의 키움은, 웨이트트레이닝에 진심인 타자가 많다.
그러나 최주환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즌 때도 (20대 후배들과 함께)똑같이 소화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 선에선 죽을 만큼 비 시즌에 준비해도, 그걸 시즌 때 똑같이 가져가면 리스크가 생긴다. 냉정하게 20대에 해야 하는 운동과 30대에 해야 하는 운동이 다른 건 사실”이라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무작정 벌크업을 추구하는 것보다, 부상 방지 및 체력관리에 중점을 둔다. 최주환은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해서 내게 맞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유연하게 대응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1루 수비의 경우, 현역 시절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에게 했던 얘기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마지막 시즌이던 2017년, 자신의 마지막 올스타전서 함께 뛰는 게 영광이라고 한 최주환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등 남다른 인연도 있다.
최주환은 “그때 이승엽 감독님은 1루수가 어떤 공이 오더라도 편안하게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대한 편하게 던질 수 있게 하는 게 내 의무다. 또 유연성도 좀 있으니까. 악송구가 오더라도 잡으려고 한다. 그런 부분은 신경을 많이 쓴다”라고 했다.
키움은 박병호(삼성 라이온즈)가 떠난 뒤 확실한 1루수가 없었다. 최주환은 올 시즌 주전 1루수로 뛰며 타격도 타격이지만 안정감 있는 수비로 팀에 공헌한다. 그의 말대로 어떤 공이 날아와도 잘 잡는다. 동료 야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1루수가 포구 능력이 떨어지면 유격수, 3루수, 2루수가 당연히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키움 내야엔 그런 모습이 없다.
화려한 한 방이 강점인 베테랑 1루수에게 감춰진 내실이다.
고척=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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