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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사이영상' 출신의 댈러스 카이클(치바롯데 마린스)이 일본프로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위력적이고 압도적인 투구는 아니었지만, 노련한 투구로 퍼시픽리그 선두 소프트뱅크 호크스 타선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냈다.
카이클은 17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의 PayPay돔에서 열린 2024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73구, 3피안타 3탈삼진 2볼넷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카이클은 지난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221순위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고 데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텍사스 레인저스, 미네소타 트윈스에 이어 올해까지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는 등 메이저리그 13시즌 동안 282경기(267선발)에 나서 103승 92패 평균자책점 4.04의 성적을 남겼다.
카이클은 데뷔 초창기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3년차였던 2014년 29경기에 등판해 무려 5번의 완투를 기록하는 등 12승 9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활약하며 단숨에 휴스턴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듬해 33경기에 등판해 무려 232이닝을 먹어치우며 20승 8패 평균자책점 2.48로 아메리칸리그 최다승과 최다 이닝, 최다 완봉(2승)을 기록하는 등 '사이영상'을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1회(2017), 골드글러브를 5회(2014–2016, 2018, 2021), 올스타 2회(2015, 2017)라는 화려한 이력을 남겼지만, 2018시즌(12승) 이후 단 한 번도 10승 시즌을 보내지 못하는 등 최근 빅리그에서 입지가 눈에 띄게 좁아졌고, 올해 밀워키에서 4경기 평균자책점 5.40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긴 끝에 지난달 30일 일본프로야구 치바롯데 마린스와 손을 잡게 됐다.
치바롯데가 카이클을 영입한 이유는 분명하다. 정규시즌 퍼시픽리그 우승은 어렵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 '퍼펙트 괴물' 사사키 로키와 카이클을 앞세워 일본시리즈 우승을 노려보겠다는 입장. 치바롯데와 계약을 맺은 카이클은 지난 10일 일본을 찾았고, 11일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카이클은 "시차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땀을 흘려가며 선수들과 알게 돼 좋은 하루였다. 여러분이 기대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잘 준비해서 좋은 피칭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입단 기자회견에서 요시이 마사토 감독은 카이클이 이번주 곧바로 마운드에 오를 뜻을 밝혔다. 그리고 17일 퍼시픽리그 1위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카이클의 가장 최근 실전 등판은 지난달 14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으로 공백기가 길었던 탓인지 경기 시작 과정은 썩 좋지 못했다. 카이클은 1회말 선두타자 사토 나오키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출발했으나, 후속타자 이마미야 켄타에게 좌익수 방면에 2루타를 맞아 실점 위기에 몰렸다.
1사 2루에서 카이클은 이어 나온 야나기마치 타츠루에게 2구째 투심을 공략당해 적시타를 맞았고, 후속타자 야마카와 호타가에게도 투심 패스트볼에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그래도 추가 실점은 없었다. 카이클은 이어지는 1사 2루에서 콘도 켄스케를 2루수 땅볼로 요리한 뒤 카이 타쿠야를 유격수 땅볼로 묶어내면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타선의 지원을 받으며 2-2로 맞선 2회부터는 확실히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카이클은 마키하라 타이세이를 중견수 뜬공, 이시즈카 소이치로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카와세 히카루를 3구만에 삼진 처리하면서 첫 삼진과 함께 삼자범퇴 이닝을 기록했다. 그리고 3회 사토와 이마미야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운 뒤 야나기마치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이어 나온 '4번 타자' 야마카와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경기 초반 포수가 블로킹이 어려울 정도로 빠지는 볼이 많았던 카이클은 이닝을 거듭하면서 더욱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고, 4회 땅볼 2개와 삼진 1개로 다시 한번 삼자범퇴 이닝을 선보인 뒤 5회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2사 3루의 위기를 실점 없이 탈출했다. 일본에서의 첫 등판이었던 만큼 카이클은 무리하지 않고 5이닝으로 투구를 마치면서 데뷔전 승리와는 연이 닿지 않게 됐다. 하지만 치바롯데의 연패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 '서일본스포츠'에 따르면 고쿠보 히로키 소프트뱅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카이클에 대해 "첫 이닝에는 타자들이 잘 대처했다. 하지만 역시나 2회부터는 수정을 하더라. 높은 공을 노리라고 했는데, 높이는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낮게 공을 던지더라"며 "사이영상을 받을 때와는 다르겠지만, 경기 중반부터는 낮게 던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카이클은 경기 후 "일본에서 첫 등판이었기 때문에 첫 이닝에는 조금 긴장이 됐다. 소프트뱅크 타선이 좋기 때문에 낮게 던졌어야 했는데, 1회에는 높은 공에서 2점을 내주게 됐다. 하지만 2회 이후부터는 공을 낮게 컨트롤 할 수 있었고, 내 장점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팬들의 엄청난 응원이 놀라웠다. 그게 나의 에너지가 됐다. 다음에는 더 긴 이닝을 던져 승리에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첫 등판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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