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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더 많은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도록 하겠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 맞대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7월까지만 하더라도 내셔널리그 타격왕 경쟁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꾸준히 좋은 감을 유지하며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던 오타니는 8월부터 타격감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야말로 '바닥'을 쳤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력'만큼은 여전했다. 지난 1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시즌 39호 홈런을 터뜨렸을 때 월간 안타는 12개에 불과했지만, 홈런은 무려 7개에 달했다.
오타니는 타격감이 떨어진 원인으로 기술적인 문제를 꼽았다. 오타니는 18일 시즌 38호 홈런을 터뜨리고, 36~37호 도루를 손에 넣은 뒤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100% 내 움직임이 문제다. 기술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공격 방식 자체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어떤 구종이라도 스트라이크존에 오는 공은 칠 수 있는 공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친 줄 알았던 공이 헛스윙이 되거나, 파울이 되는 등 상태가 썩 좋진 않다"고 밝혔다.
이어 오타니는 "움직임에 렉이 많다. 친 줄 알았던 타구가 약간의 어긋남으로 컨택이 되지 않고, 좋은 타구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 달 좋은 타구를 쳐도 결과적으로 아웃이 되는 타석도 많다. 좋은 타구가 좋은 결과가 될지, 안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내 기술이 올바른지 아닌지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이 인터뷰 이후 오타니의 타격감이 폭발적으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19일 39호 홈런을 터뜨린 오타니는 20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와 첫 경기에서도 안타를 뽑아내는 등 22일 경기까지 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24일 타격감이 원래대로 회복됐음을 알렸다.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났던 오타니는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탬파베이 선발 타일러 알렉산더를 상대로 내야 안타를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2루 베이스를 훔치면서 40번째 도루를 손에 넣었다.
이제 오타니에게 남은 것은 40홈런. 호세 칸센코(1988년), 배리 본즈(1996년), 알렉스 로드리게스(1998년), 알폰소 소리아노(2006년),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2023년)에 이어 역대 6번째 40홈런-40클럽 가입까지 단 1홈런만 남겨두게 되는 순간. 하지만 오타니는 세네 번째 타석에서 이렇다 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역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타석에서 오타니가 다시 한번 만화에나 나올법한 시나리오를 탄생시켰다.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말 2사 만루의 찬스가 오타니의 앞에 찾아왔다. 그리고 '야구천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타니는 탭파베이 폴린 포셰의 초구 84.3마일(약 135.7km)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힘껏 잡아당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는 무려 105.1마일(약 169.1km)의 속도로 뻗어나갔고, 389피트(약 118.6m)를 비행한 뒤 우측 담장을 넘어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 40-40클럽 가입을 최연소로 달성하는 순간.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치켜든 채 1루 베이스를 지난 오타니는 홈에서 동료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았고, 다저스는 7-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일본 '아사히 TV'에 따르면 오타니는 경기가 끝난 뒤 '클럽하우스 반응'을 묻자 "다들 축하해줬다"고 웃으며 "홈런을 노리진 않았다. 안타 한 개면 됐다. 볼넷도 좋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홈런인 줄 몰랐다. 외야수가 잡을지, 펜스에 맞을지 몰랐기 때문. 심판이 콜을 해줘서 알았다"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스스로도 40-40클럽 가입을 의식하고 있었을까. 오타니는 "몇 번째 홈런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다만 이게 목적이 되지는 않도록 했다. 반드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도루도 하고 있다. 도루에 대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것을 먼저 생각하면서 하고 있다"며 눈에 띄게 증가한 도루 개수에 대해서는 "다저스에 온 뒤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다음을 노리는 자세를 만들고 싶었다. 내 발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면서 소통했던 것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현재 오타니는 129경기에서 40홈런-40도루를 기록 중이다. 다저스가 정규시즌 일정을 매듭지을 때까지는 30경기가 남았다. 페이스로 계산을 해보면 오타니는 산술적으로 50.2홈런-50.2도루 페이스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전 세계 야구계에서 단 한 번도 탄생하지 않았던 '전인미답'의 기록까지도 넘볼 수 있는 페이스다.
오타니는 '50-50클럽'에 대한 물음에 직접적으로 욕심을 드러내진 않았으나 "물론 그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중요한 경기가 많고, 제 수치가 올라감과 동시에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홈런을 치면서 기록 달성을 의식했나'라는 질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웃음). 오늘의 홈런은 벌써 최고의 추억이 됐다. 앞으로 더 이겨서 많은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오타니가 이제는 50-50클럽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도전장을 내민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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