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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체육인으로서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고 언제든지 편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내 목표다."
엘리트 체육인들이 운동을 그만두고 사회에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프로선수, 국가대표 선수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김도협 고양시야구소프트볼협회장(개명 전 김대문) 역시 사회에 나오기 쉽지 않았지만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체육 단체를 잘 이끌어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등 체육 단체에 대한 문제가 끈임 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 프로 입단 거절→제일은행 야구단 입단
김도협 고양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과거 엘리트 야구선수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한 김 회장은 야구 명문으로 불리는 대구상고(대구 상원고) 출신이다. 이종두, 이강돈, 김성갑 등 나중에 프로에서 이름 날렸던 선수들이 당시 한솥밥을 먹었던 동창들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김 회장은 제일은행 야구단에 입단했다. 이후 1985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2순위 지명을 받았던 김 회장은 삼성 입단을 포기하고 제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당시 삼성에는 이만수 포수가 있었고 김 회장은 제일은행을 선택한 것이다. 김 회장은 "프로에는 가지 못했다. 군대에 가기 전 삼성에서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만수 형이 있었기 때문에 가지 않았고 제대하고도 삼성에 입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현역 은퇴 후 방황→야구 지도자로 변신
김 회장은 1996년에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현역 은퇴를 결정한 뒤 김 회장은 야구를 두고 방황했다. 김 회장은 "운동 선수가 사회에 나오니까 막막한 게 참 많았다. 누구나 다 겪어야 될 그런 입장인데 사업도 해보고, 장사도 해봤는데 쉽지 않았다. 내가 이것저것 해본다고 해봤을 때 다른 사람들도 그 분야에 30년 이상 몸담고 있다 보니 따라잡기 쉽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다시 야구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김 회장의 아내 덕분이었다. 김 회장은 "2006년도에 와이프가 나한테 '제일 잘하는 게 뭐냐?'라고 물었다. 나는 '내가 지금 해 온 게 야구밖에 없다. 야구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답했고, 그때부터 애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야구판에 복귀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김포중앙 리틀야구단 초대 감독을 맡았고, 고양시포니 유소년야구단 감독 등 유소년 육성에 힘썼다. 프로 선수도 배출했다. 한화 이글스에서 백업 포수를 맡고 있는 박상언은 김포중앙 리틀야구단을 맡았던 김 회장의 첫 제자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박상언에 대해 "지금 포수를 보고 있는데 내 첫 제자다. (박)상언이가 처음에 들어와서 자식같이 데리고 다녔다. 나도 포수 출신이기 때문에 포수는 1등이었던 것 같다. 포수를 해야 생명이 길다고 얘기했다. 40살까지 할 수 있었기에 포수를 추천했다"고 전했다.
◆ 고양시 원더로즈 창단과 고양 원더스의 재창단
지도자 생활을 마친 김 회장은 2016년 고양시야구소프트볼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이후 2021년 민선 2기 협회장에 취임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여자야구 저변 확대와 여성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고양 원더로즈를 창단했다. 지난 5월에는 야구선수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고양 원더스까지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모든 스포츠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각 지역마다 여자분들이 스포츠를 좋아하고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려고 한다. 앞으로 고양시도 전국 체전에 출전해야 한다. 그걸 미리 대비해서 미리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원더스는 2014년도에 김성근 감독이 창단했고 한화 감독으로 가는 바람에 자동 해체가 됐다. 나도 야구인으로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면 갈 길이 막막하다. 우리 때는 실업팀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프로 아니면 갈 곳이 없다.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이라는 게 있다. 운동은 때가 있다. 항상 선수들에게 '오래있을 생각하지 마'라고 얘기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독립야구단은 한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곳이니까 그런 계기로 원더스를 재창단했다. 그런 생각에 더 애착이 간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엘리트 체육뿐만 아니라 생활체육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 회장은 구장을 협회가 직접 관리하며 동호인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 회장은 "생활체육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매일 숨 쉬고 밥 먹듯이 하는 게 운동이다. 앞으로는 수명이 길다. 생활체육이 없다면 의료비는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 고양시 체육 발전을 위한 목표
김 회장은 고양시체육회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고양시체육회는 유소년 축구교실 지도자 채용비리 점수 조작, 갑질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 검찰은 안운섭 고양시체육회장에게 징역 3년형을 구형했다. 내달 4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고양시체육회장은 공석이 될 수도 있다. 김 회장은 다시 한번 선거에 도전할 의사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작년에 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졌다.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체육 단체 회장을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하다 보니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은 스포츠를 체육인들만큼 알지 모른다. 경기인 출신들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KFA)와 대한배드민턴협회도 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전했다.
이어 "체육인으로서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고 언제든지 편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내 목표다. 서울에 가깝다 보니 고양시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스포츠를 할 수 있는 그런 지역을 만들고 싶다. 고양시가 빠른 시일 내에 스포츠 발전이 이뤄질 수 있고, 많은 부분을 바꿔나가는 지역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노찬혁 기자 nochanhyu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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