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우리가 이길 때가 많아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과의 소통을 수석코치와 각 파트 코치들에게 맡기기만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자신이 직접 소통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판단하면 직접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과 마찰 아닌 마찰을 빚기도 한다.
대부분 몸 상태와 경기출전 사이의 이슈다. 당연히 치고 박거나, 언성을 높이는 싸움이 아니다. 팀 KIA를 위한 충정심이다. 선수들은 팀을 위해 1경기라도 더 뛰려고 한다. 반대로 이범호 감독은 팀을 위해, 어쩌면 선수들의 몸 상태와 미래까지 계산해서 몸이 완전치 않은 선수들은 보수적으로 기용하는 스타일이다.
‘타격장인’ 최형우는 지난 6일 광주 KT 위즈전서 스윙 도중 옆구리를 다쳤다. 7일에 내복사근 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다. 이후 23~25일 함평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퓨처스리그 3연전서 다시 실전에 나섰고, 27일 광주 SSG 랜더스전서 1군에 복귀했다.
이범호 감독이 생각하지 않았던 시나리오다. 지난 주말에 퓨처스리그에 내보낼 계획이 전혀 없었다. 좀 더 쉬게 하면서, 옆구리 상태가 100%가 되길 기다리려고 했다. 그러나 최형우는 27일 복귀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뒤 웃으며 “100%로 야구하는 선수가 어디 있어요”라고 했다. 몸에 이상이 없지만, 아직 80% 수준이라는 게 본인의 설명.
대부분 스포츠 선수가 100% 몸 상태로 뛰는 경우는 정말 찾기 힘들다. 뛰는데 이상이 없으면 뛰는 게 맞다고 여기는 선수가 대다수다. 최형우도 그런 생각이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혹시 최형우가 100% 아닌 몸 상태로 뛰다 다시 부상하면, 혹시 그 부상이 더 크면 본인도 KIA도 곤란해질 것을 우려해 최형우를 말려왔다.
결국 최형우는 이범호 감독에게 이기고(?) 퓨처스리그에 나갔다. 그리고 돌아왔다. 최형우는 “감독님은 안전한 걸 원한다. 그런데 결국 감독님이 대부분 선수의 의견을 들어준다. 우리가 좀 더 대화를 하면, 우리 말이 감독님을 이겨 먹을 때가 많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형우는 “(나)성범이, (김)선빈이도 그렇고 거의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가 말로 이길 때가 많다. 물론 그것도 팀이 어느 정도 잘 나가니까, 뭐 감독님도 이제 인정하고 그렇게 하는 것도 많지”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범호 감독은 왜 선수들과의 건전한 논쟁에서 자꾸 질까. 이범호 감독은 28일 광주 SSG전을 앞두고 웃으며 얘기했다. 간략히 말해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걸 아는 지도자다. 자신이 선수 시절부터 숱하게 느껴보니, 감독이 그렇게 선수들을 이겨봤자 남는 게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범호 감독은 “괜히 고민했나 싶기도 하고. 고참들은 항상 부상할 때 1주일 정도 조심하면서 가는 게 맞다. 트레이닝 파트도 고민할 것이다. 마흔 넘은 최고참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범호 감독은 “현역 생활을 하면서 선수와 부딪히는 감독도 봤고, 감독이 강성이어서 선수들 목을 잡고 끌고 가는 모습도 봤다. 안 좋으면 과감히 내치는 모습도 봤다. 그런데 그런 걸 보니까 강점이 전혀 없었다. 선수와 직접 잘 얘기해서 본인이 ‘아, 내가 틀렸구나’라고 인정하면 본인도 그렇게 안 해야 한다는 걸 안다”라고 했다.
쉽게 말해 선수의 의견대로 빨리 복귀했다가 다시 다치거나 컨디션이 안 올라오면, 결국 선수 스스로 ‘감독 말 들을 걸’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감독 얘기를 듣게 되고, 실제로 이범호 감독은 그렇게 선수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쌓는다.
이범호 감독은 “나도 급하다. 괜찮다고 하면 빨리 올리고 싶은데 하루 이틀 늦추는 게 낫다. 미묘한 감정이 발생하면 나중에 큰 골이 되니까. 그런 게 생기기 전에 ‘어때? 안 좋아? 좋아’라고 소통하고 신경 쓰려고 노력한다. 어떤 분들은 감독이 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감독이 선수들을 끌고 가는 게 안 좋은 게 많다”라고 했다.
알고 보면 ‘지는 남자 꽃범호’는 KIA가 1위를 달리는 원동력 중 하나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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