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이복현 금감원장 “주택가격 상승 기대한 대출 심사 강화”
우리·신한은행 등, 결혼 등 대출 제한 예외규정 마련
[마이데일리 = 황상욱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문턱을 높이자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이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한 대출에 대한 심사 강화를 은행장들에게 요청했다.
10일 금융감독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이 급등하고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대해 대출 억제를 주문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금융권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에 들어갔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 인상 시 변동금리 대출 채무자의 이자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을 고려해 DSR 산정 시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규제다. 쉽게 말해 한도를 줄여 대출 규모를 조이는 조치다.
문제는 이같은 방침에 따라 금융권의 대출이 억제되면서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는 점이다. 이에 은행권이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예외규정을 발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주택을 보유한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대출 취급 예외 요건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을 모두 취급 가능한 경우는 결혼예정자와 상속 등으로 한정했다. 결혼예정자가 수도권에 주택을 구입/임차하는 경우 청첩장, 예식장 계약서 등을 제출하면 대출이 허용된다. 또 대출신청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 주택을 일부 또는 전부 상속받은 경우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수도권 지역의 직장으로 취업, 이직, 발령나는 경우 또는 자녀가 수도권 지역 학교로 진학/전학하는 경우 등은 대출이 가능하다. 질병치료, 부모봉양, 이혼, 분양권/입주권 보유, 분양권 취득의 경우도 예외적으로 대출이 허용된다. 이 조치는 9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어 신한은행은 10일부터 주택 신규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무주택 세대에만 허용한다. 기존 1주택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실행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주택 매수 계약을 체결한 경우 대출이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신용대출도 최대 연 소득까지만 내주지만, 본인 결혼이나 직계가족 사망, 자녀 출산 등의 경우 연 소득의 150%(최대 1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일부터 시행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1억원’ 규제에도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억원을 초과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여신 리스크 관리 강화 조치로부터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 취급 예외 요건을 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18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량이 회복되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자금 등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건전한 여신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며 “당국도 은행권의 자발적 노력이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나가는 한편, 정책성 대출에 대해 관계부처가 긴밀히 협의해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상욱 기자 eye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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