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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넘어갈 줄은 몰랐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홈 맞대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첫 타석에서부터 오타니의 존재감이 대폭발했다. 오타니는 0-2로 뒤진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첫 번째 타석에서 컵스 선발 조던 윅스가 던진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는 실투였던 공은 오타니의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았고, 무려 118.1마일(약 190km)의 속도로 뻗어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시즌 47호 홈런.
이 홈런으로 개인 통산 218홈런을 기록하게 된 오타니는 '추추트레인' 추신수(SSG 랜더스)가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 메이저리거 최다 홈런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게다가 오타니는 다저스 구단 한 시즌 최다 홈런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코디 벨린저(컵스, 2019년 47홈런)과도 타이 기록을 작성했다. 이제 50-50까지 단 3홈런-도루만 남은 상황. 기세를 탄 오타니는 최초 업적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오타니는 다시 한번 선두타자로 나선 2회말에는 윅스를 상대로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낸 뒤 48호 도루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5-3으로 앞선 3회말 2사 2, 3루에서는 윅스의 초구를 공략해 두 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내셔널리그 타점 1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오타니는 104타점을 바탕으로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1~3위 보유)에 이어 일본인 역대 타점 4위에 랭크됐다.
이후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타석에서는 모두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50-50에 더 다가서지 못했으나, 경기 초반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다저스의 10-8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일본 '주니치 스포츠'에 따르면 오타니는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연패였는데, 컵스와 시리즈에서 마지막 경기를 이겼다"며 "1회부터 실점을 했기 때문에 나쁜 흐름 속에서 한 점이라도 뽑고 싶었는데, 좋은 흐름을 만들어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모두가 홈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타니는 첫 타석에서 윅스의 슬라이더를 받아친 후 타구가 담장 밖으로 향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탄도(19도)가 낮았기 때문에 넘어갈 줄은 몰랐다. 하지만 잘 맞았다"며 3회 타점을 뽑으면서 내셔널리그 타점 1위로 올라선 장면에 대해서는 "좋은 공을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다. 그런데 좋은 곳으로 날아가서 타점으로 연결되서 좋았다"고 기뻐했다.
오타니는 12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52.1홈런-53.3도루 페이스를 기록 중. 홈런은 언제 나올지 예상할 수 없지만, 도루의 경우엔 다르다. 타이밍만 맞으면 언제든지 베이스를 훔칠 수 있다. 특히 오타니는 최근 한 경기에서 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등 25도루 연속 도루를 기록 중. 작정을 한듯이 뛰고 있는 만큼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보유하고 있는 역대 일본인 메이저리거 한 시즌 최다 도루(56개)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오타니는 기록 달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저 팀의 승리를 위해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하겠다는 각오를 되풀이했다. 그는 "매번 말하지만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1개라도 더 하겠다. 적극적으로 다음 베이스를 노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오타니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또는 마이애미 말린스 원정에서 50-50의 업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올해는 투수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공격에서 힘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이애미 팬들은 좋아하겠지만, 홈구장에서 50-50 달성은 아마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어디서든 오타니가 50-50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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