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황정민은 살아있고 정해인은 돌아있다. 액션은 장대하고 고구마는 없다. 속편으로서의 성장이 반가운 영화 '베테랑2'다.
'베테랑2'(감독 류승완)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9년 만에 세상에 나온 '베테랑'의 속편이지만, 전작의 구조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거대악 조태오(유아인)의 민낯을 파헤치던 전작과 달리 성범죄, 학교폭력, 사이버래커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야기들을 넓고 얕게 비춘다. 연일 황당한 사건사고에 절여진 탓일까. '베테랑2' 속 현실은 분노를 유발하기보다 미간에 짜증을 맴돌게 하는 데 그친다. 그리고 이 침잠한 짜증은 문제아 박선우를 잡는다고 일망타진 해소되지 않는다.
묘한 얼굴의 박선우는 정의 구현을 명분으로 살인을 즐기는 광기 어린 인물이다.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는 상상의 동물 '해치'라 불리는 그는 신뢰 잃은 사법 체계 위 사적 보복을 일삼으며 대중을 열광케 한다. 서도철은 형사이기 이전 한 명의 시민으로서 '해치'로부터 범죄자를 보호해야 하는 현실을 고까워한다.
"좋은 살인 나쁜 살인 따로 있어?" 그럼에도 서도철은 형사로서 날 선 자아와 판단력을 유지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를 확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의 신념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행동은 망설임 없다. 황정민은 현실에 발붙인 히어로의 모습을 어딘가 짠하면서도 듬직하게 그려낸다. 우리가 바라던 믿을 수 있는 어른이자 공권력의 얼굴이다.
류승완 감독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베테랑1'은 날 분노하게 했던 몇 가지 사건으로부터 달렸다. 영화 속에서 복수의 쾌감을 이루고 싶었다"며 "어떤 사건에 대해 속으로 분노하고, 비난하고, 가해자에게 살의를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비난한 대상이 실제 가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적 있다. 잘못된 분노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내 모습이 스스로 섬찟했다. 내가 순간순간 일으키는 분노는 옳은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게 옳은 정의인가. 그런 생각들이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였다"고 말했다.
정의에 대한 깊어진 메시지와 함께 인간, 아버지로서의 서도철도 성장했다. 9년 전 초등학생 아들에게 '맞고 올 바엔 때리는 게 낫다'고 했던 그는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 아들을 윽박지른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을 겪고 고요한 아침이 오자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며 사과를 건넨다. 자신과 똑같이 부르튼 아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옳은 정의'에 대해 반추하고 스스로 반성한다. 이로써 '베테랑2'는 악을 때려잡는 단순한 형사물에서 한발 나아간다.
이 와중에 인상적인 액션신들을 그려낸 건 베테랑 감독 류승완의 역량일 거다. '베테랑' 시리즈의 시그니처 음악과 더불어 오프닝의 대규모 불법 도박장 검거, 남산 추격신, 폭우 속 우중 액션까지 쫀득하고 차진 고급 액션을 맛볼 수 있다. '베테랑2'가 류승완 감독의 가장 세련된 작품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곱씹을수록 유의미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베테랑2'는 오늘(13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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