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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비질란테(자경단), 사적 제재, 안티 히어로, 다크 나이트….
최근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사적 제재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배우 박신혜가 주연을 맡은 SBS 새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첫 방송 이후 호평을 받았고, 배우 이제훈이 주연을 맡은 '모범택시' 시리즈는 이미 SBS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최근 스크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에도 비질란테 요소가 등장한다. 사적 제재라는 소재는 현재 국내 대중문화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왜 지금 한국에서 비질란테 장르가 유행하고 있을까?
▲ 사회 정의에 대한 갈망, 답답한 현실을 타파하는 영웅의 등장
한국 사회에서 최근 몇 년간 이슈가 된 부정부패, 권력 남용, 불공정한 시스템 등에서 첫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경제적 양극화, 사회적 불평등, 정치권의 부조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났는데, 이러한 현실에 대한 답답함은 대중들이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정의'를 비질란테 장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려는 욕구로 이어졌다.
비질란테 작품의 주인공들은 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는 대신, 법이 닿지 않는 곳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한다. 이러한 모습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정의 실현이기에, 시청자들에게 큰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준다. 예를 들어, '모범택시'의 주인공 김도기(이제훈)는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대신해 복수를 실행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런 캐릭터의 행보는 우리 사회가 그토록 바라던 '정의 구현'을 현실이 아닌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라도 경험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 복수의 쾌감, 약자의 반격이 주는 카타르시스
한국 사회에서는 복수극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특히 불합리한 현실에 좌절하는 평범한 인물이 자신의 방식대로 복수를 이뤄내는 과정은 시청자에게 큰 쾌감을 제공한다. 최근의 비질란테 작품들은 이러한 전통적인 복수극의 요소를 더욱 극대화했다.
기존의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적극적으로 복수를 행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사회적 권력을 가진 인물들을 응징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해방감은 시청자들도 함께 공유하며, 그들이 꿈꿔왔던 '약자의 반격'을 대신 실현하는 데서 오는 쾌감이 이 장르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 현실과의 공감, 우리 일상의 고민과 직결된 이야기
비질란테 장르는 단순히 액션이나 복수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학교 폭력, 직장 내 갑질, 정치권의 부정부패, 재벌들의 특권 의식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빈번하게 노출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대부분 법과 제도만으로는 해결되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질란테 작품은 이런 사회적 문제를 주인공의 눈을 통해 바라보며, 시청자들에게 현실에서의 부조리함을 직시하게 만든다. 캐릭터가 부패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평소 느끼는 좌절감과 무력감을 대변한다. 이처럼 현실과 직결된 이야기가 비질란테 장르에 녹아들면서 시청자들은 더욱 몰입하게 된다.
▲ 강렬한 캐릭터와 스토리라인, 매력적인 영웅의 등장
비질란테 장르의 작품들은 주인공이 겪는 극적인 변화와 그들이 가진 내적 갈등, 그리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강렬한 액션이 주요 요소다. 이는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시청자들이 그들의 여정에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평범한 직업을 가진 인물이지만, 복수를 위해 무술을 익히고, 범죄자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이러한 캐릭터의 매력과 스토리의 긴장감은 비질란테 장르에 몰입감을 더해주며, 그 결과 작품의 인기가 상승한다.
▲ 사회 구조의 변화, 바뀌지 않는 현실 속 대리만족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이에 따른 사회적 이슈들이 비질란테 장르의 인기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 취업난, 주거 문제 등 현대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법과 제도는 문제 해결에 있어 때때로 무력하게 보인다.
비질란테 작품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현실에서는 바뀌지 않을 것 같지만, 상상 속에서라도 정의를 실현하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이는 현실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좌절감에 대한 보상 심리로 작용해 비질란테 장르의 작품들이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박신혜부터 이제훈, 최우식까지, 최근 등장하는 비질란테 작품의 주인공들은 시대를 반영하는 새로운 영웅이다. 그들은 비록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만, 그 과정에서 대중이 갈망하는 '정의'를 구현하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며, 카타르시스와 함께 우리의 현실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비질란테 장르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갈등과 문제,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대중의 열망을 가장 잘 대변하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비질란테 작품들이 어떻게 시대와 호흡하며 진화해나갈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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