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정말 달라져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6차전 최종전 원정 맞대결에 6이닝 동안 투구수 97구, 7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4실점(4자책)으로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쳤다.
시작이 너무나도 좋지 않은 경기였다. 박세웅은 1회 시작부터 정수빈과 김재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 상황에 놓였다. 이후 제러드 영에게 땅볼을 유도했으나, 2루수 고승민이 공을 한 번 더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2루로 향하던 주자만 잡아낸 1사 1, 3루에서 김재환과 양석환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은 뒤 강승호의 유격수 땅볼에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면서 3실점을 내준 채 경기를 출발했다.
그래도 2회부터 투구 내용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박세웅은 김기연-조수행-정수빈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운 뒤 3회에도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두산의 공격을 막아냈고, 4회 두산의 하위 타선을 다시 한번 삼자범퇴로 묶어냈다. 그리고 5회 조수행과 정수빈을 모두 범타로 잡아낸 뒤 김재호에게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허용했으나, 이어 나온 제러드를 요리하면서 최대한 대등한 경기를 만들어냈다.
박세웅은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6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시작부터 김재환에게 안타를 맞았다. 이후 양석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고, 후속타자 강승호의 3루 땅볼에 선행 주자를 잡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그런데 폭투로 주자를 스코어링포지션에 내보내더니, 이어 나온 허경민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앞두고 6이닝 4실점(4자책)으로 마지막 등판을 마쳤다.
롯데는 2021-2022시즌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손에 넣은 박세웅에게 2023시즌에 앞서 5년 총액 90억원의 연장계약을 안기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해 병역 혜택을 받는 것까지도 고려한 선택이었다. 동기부여가 충분한 상황에서 박세웅은 지난해 9승 7패 평균자책점 3.45로 활약했는데, 올 시즌은 박세웅에게도 롯데 입장에서도 모두 아쉬움이 큰 한 해였다.
미래를 보장 받고, 군 복무 문제까지 해결된 상황에서 박세웅은 3월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7.56을 기록한 뒤 4월 4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부활했다. 그런데 5월부터 다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컨디션이 좋은 날과 좋지 않은 날의 편차가 너무나도 큰 모습을 거듭하면서 어느새 시즌은 막바지로 향했다. 그래도 계속된 추락은 없었다.
박세웅은 8월 마지막 등판이었던 한화 이글스전부터 지난 13일 한화전까지 4경기 평균자책점 0.67로 압권의 투구를 펼치며 시즌 막바지 치열한 순위 싸움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박세웅이 잘 던지는 날에는 유독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유독 승리와 연이 닿지 못하는 불운이 거듭됐고, 결국 박세웅은 올해 30경기에 등판해 커리어 최다 173⅓이닝을 소화했으나, 6승 11패 평균자책점 4.78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롯데와 박세웅에게 모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27일 경기에 앞서 박세웅에 대한 물음에 "올해보다는 더 잘 던져줘야 한다.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빼면 박세웅이 에이스이지 않나. 올해 던지면서 느끼는 것이 있을 거라고는 이야기하지만, 그거도 몇 년째인가. 정말 달라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며 "공격적인 것이라고 하면 자신 있게 들어가는 것인데, 그 부분이 가장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모든 것이 아쉬운 시즌은 아니었다. 박세웅의 가장 큰 장점은 '건강'이다. 올해도 단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30경기에 등판해 개인 최다 173⅓이닝을 먹어치웠다. 늘 긴 이닝을 갈망하는 박세웅의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태형 감독도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령탑은 "선발 투수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쉬지 않고 계속해서 던진다는 것은 정말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제는 긴 이닝을 던지면서 잘 던질 필요도 있다. 그래야만 하는 대우를 받고 있고, 그럴 수 있는 실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새로운 선발 투수를 영입하지 않는 이상 박세웅은 2025시즌에도 토종 1선발이다. 김태형 감독은 "여기에 이제는 잘 던지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는 (박)세웅이가 에이스로서 조금 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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