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음 하나하나 소리가 제대로 나는 것을 기타 칠 때 신조로 생각하세요.”
기타 선생님의 제일 원칙이다. 그렇다 보니 좀처럼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레슨 중 리듬을 배울 때든 코드 전환을 할 때든 스트로크 한 번 내리치는데도 “지금 3번 줄이 소리가 안 나잖아요” 하는 식의 지적이 이어진다.
초보인 나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모든 줄이 엉망인 소리가 나는 경우를 제외하곤, 몇 번 줄이 제대로 소리가 안 나는지 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청각도 문제지만 손 감각은 더 문제다. 코드를 쥔 왼손은 젖 먹던 힘까지 주건만 각 손가락에 힘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손가락이 짚어야 하는 줄 밑에 다른 줄을 건드려도 느끼지 못한다.
최근 선생님은 레슨 초기부터 연습한 영화 <머니볼> OST ‘더 쇼’ 연주시 특히 제일 원칙을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다. 이 곡은 이제 좀 연주가 되나 싶었는데 음 하나하나 소리 신경쓰랴, 제 박자에 코드를 바꾸고 리듬 치랴, 신경쓸 게 너무 많다.
첩첩산중이라고 이제는 ‘더 쇼’를 처음 들었을 때 감정까지 담으라는 주문이 추가됐다.
완벽은 꿈도 꾸지 않건만 이렇게 모든 행위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한 번 연주만으로도 진이 빠질 지경이다.
그래도 이렇게 모두 신경을 쓴 덕분에 내 연주의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달까. 현저히 부족한 리듬감 때문에 항상 제 박자에 코드를 옮기고 스트로크를 치는 데만 신경썼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이다.
어디 기타만 그럴까. 북에디터로서 책을 만들 때도 그렇다. 원고 내용이나 구성, 흐름에만 꽂혀 있다 보면 오탈자 같은 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뇌 정보 처리 과정에서 틀린 글자도 내가 알고 있던 정보를 바탕으로 바르게 인식하는 탓이다.
반면 가장 기초적인 부분인 오탈자에 집중할 때도 ‘어라, 흐름이 이상한데?’ ‘이 내용 맞나? 더 확인해야겠는걸’ 하는 경우는 있다. 내가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아도 전체 내용이 머릿속에 쌓인 덕이다.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기본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다.
기타 선생님이 강조하는 부분도 이게 아닐까. 전체를 보려면 기본을 잘 다져야겠다. 그것이 내가 잘 놓치는 부분이라면 더더욱 그러하겠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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