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심혜진 기자] '대장 독수리' 한화 이글스 정우람이 뜨거운 눈물과 함께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했다.
정우람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정우람은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2004년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6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84억원에 사인하면서 전격 이적했다. SK에서는 12시즌 동안 600경기에 출장, 37승 21패 128홀드 62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하며 국내 최정상급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SK에서 뛰던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도 3차례 경험하며 왕조의 한 축이 됐다.
한화 이적 후에는 올 시즌까지 9시즌 동안 대장 독수리로 활약했다. 500경기, 600경기, 700경기, 800경기, 900경기 출장 모두 최연소 기록의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10월 2일에는 KBO 리그 역사상 최초로 투수 1000경기 출장이라는 위업을 이뤄냈다.
2008년(25홀드)과 2011년(25홀드) 홀드왕을 차지한 정우람은 2018년에는 35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왕 타이틀을 따냈다. 특히 통산 100세이브, 100홀드를 기록한 선수는 정대현(106세이브 121홀드)에 이어 정우람이 두 번째다.
정우람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올해 플레잉코치로 뛰겠다고 선언했으나 올해 사실상 잔류군 투수코치로 지내면서 선수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지난 15일 은퇴 선언 후 이날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며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1회초 최정원을 상대로 혼신의 직구 4개를 던졌는데 최고 구속은 132km를 찍었다. 4구째 직구는 우전 안타로 연결됐고, 정우람은 이렇게 약속된 하나 타자를 상대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정우람은 프로 21시즌 통산 1005경기에 출장해 977⅓이닝 64승 47패 145홀드 197세이브 평균자책점 3.18로 마감했다. 1005경기는 단일리그 아시아 투수 최다 출장 기록이다.
경기 후 은퇴식이 거행됐다. 선수단은 불펜 문 앞에 도열했다. 그리고 정우람이 등장했다.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였다.
한화 레전드 김태균이 마운드에서 정우람을 맞이했다. 김태균 품에 안긴 정우람은 다시 한 번 눈물을 쏟았다.
두산 양의지, SSG 최정, 두산 김태균, 롯데 오선진, SSG 김광현, 롯데 전준우, 삼성 강민호 등 상대로 만난 선수들을 비롯해 류현진, 채은성, 이재원 등 한화 선수들의 영상 메시지가 전광판에 등장했다. 그 중 가장 큰 팬들의 환호를 받은 영상 메시지는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었다.
정우람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은사다. SK 시절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 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그동안 수고 많이 했고, 앞으로 좋은 지도자로 육성하고 좋은 팀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수고 많이 했어"라며 뭉클한 메시지를 남겼다.
정우람의 활약이 담긴 영상이 끝난 후 정우람이 마이크를 잡고 끝 인사를 전했다.
정우람은 "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을 함께 해주시는 팬 여러분 많이 보고 싶을 겁니다"며 "한화이글스파크 61년 역사의 마지막 순간을 팬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너무나 큰 영광입니다"라며 인사를 시작했다.
이어 "매 순간 저희와 함께 울고 웃었던 팬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영광스러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습니다"고 팬들에게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구단 관계자를 비롯해 지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정우람은 "저의 30년 야구인생에 있어 존경하는 감독 코치님들이 너무나도 많이 계셨다"며 "그분들과 함께 고민하며 땀 흘리고 노력하여 이뤄낸 수 많은 과정과 업적의 시간들은 이 순간의 저와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가슴 깊이 새기며 오랫동안 기억하며 살아가겠다. 너무나 감사 드리고 또 감사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우람은 팀 동료들을 한 명씩 한 명씩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먼저 채은성이다. 그는 "은성아. 재작년 겨울 이 곳 한화로 팀을 옮겼을 때가 생각난다. 누구보다 형은 기뻤고 반겼던 것 같다. 아쉽게 일년밖에 함께하진 못했지만 후배들에게 큰 울타리가 되어줘 참 고맙다. 올 한해 이글스의 주장으로서 한 시즌 너무 고생했다. 꼭 헹가래 받는 그 날이 올 거니까 지금처럼 큰 울타리이자 오래오래 이글스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장민재다. 정우람은 "이글스에서 가장 오래 뛰고 있는 민재야. 어려운 상황 속에서 늘 오뚝이처럼 꿋꿋이 일어나 달려가고 있는 멋진 동생 민재! 어떤 상황이든 항상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던지는 멋진 선수 민재! 대단하고 멋있었다. 여기 있는 후배들이 민재를 보고 많이 배우고 느꼈으면 한다. 고생했고, 응원할게 민재야"라고 인사했다.
이태양에 대해선 "관중석에서 보고 있을 태양아. 너에게 할 말이 참 많지만 눈물이 많이 날 것 같아 줄여 보도록 할게. 많은 추억과 행복한 순간들을 기억하며 마무리 할 수 있게 해줘 참 고맙다. 힘들 때 함께 해줬고 기쁠 땐 서로 축하하며 보낸 시간들이 금방 지나가 버렸구나. 어느덧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챙기며 이끌어가는 모습 참 멋있더라. 지루하고 힘든 재활 잘 끝내고 올 겨울 착실히 준비해서 내년 시즌만이 아닌 오랜 시간 한화 마운드의 태양으로 빛나길 응원할게. 고맙다"고 말했다.
포수 최재훈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정우람은 "재훈아. 오랫동안 호흡하면서 마지막 승리를 함께 해준
네가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같이 기뻐해주고, 같이 인내해줘서 참 고맙다. 우리 현상이도 오랫동안 승리의 마지막 순간을 지킬 수 있게 꼭 부탁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올해 새롭게 합류한 이재원과 안치홍에는 "올 시즌 고생 많았고 같이 뛰지 못해 아쉽지만 훌륭한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과 오래오래 나눴음 한다"고 말했다.
마무리 주현상에 대해서는 "작년 시즌 그리고 올 시즌 두 말할 나위 없이 넘버원이야. 늘 그래왔듯이 잘 준비해서 내년에도 최고 마무리투수로 이글스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주석에게는 "올 시즌 마음고생 많았지? 9년 동안 너와 함께 경기하면서 많은 승리와 도움을 받았어. 형에게는 주석인 멋진 동료이자 아끼는 동생이었다. 이제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웃으며 야구하는 주석이가 되었음 좋겠다. 항상 응원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박상원에게도 따뜻한 말을 전했다. 정우람은 "상원아.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네가 어느덧 중고참이 되어있구나. 누구보다 형에게 혼이 많이 났던 상원이는 알고 보면 의리 있고, 정도 많으며 옳고 그름이 확실한 동생이었어. 많이 질문하고 욕심 내며 성장한 네가 대견스럽다. 앞으로 늘 겸손하고 잘 준비하며 동료들에게 믿음 주는 선수로 롱런하기를 소망할게 파이팅!"이라고 응원했다.
김범수에게는 "늘 금쪽이라고 놀려서 미안하다. 너가 21살 됐을 때 만나 어느덧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구나.
볼펜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범수야. 늘 호기심 많고 많은걸 궁금해하며 노력해온 범수야. 아프지 말고 독하게 준비해서 내년엔 커리어하이 제대로 한번 보여줘 화이팅!"라고 전했다.
이어 "늘 노력하고 파이팅 넘치며 항상 형들 동생들에게 긍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윤이, 진혁이, 인환이, 태연이 그동안 고생했고 고마웠다. 조금 더 욕심 내며 너희가 이글스의 중심 축이 되어 줬으면 한다"면서 "어렵고 힘든 상황에도 잘 이겨내며 열심히 던져준 승혁이, 민우, 상규, 항상 애정이 가는 대경이. 모두들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여기에 있는 모든 젊은 선수들이 이글스의 현재이자 미래인 것을 알고 한국 최고를 꿈꾸며 이 순간부터 준비하고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류현진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정우람은 "현진아. 대한민국 에이스이자 누구보다 한화를 사랑하는 너와 함께 뛰어보지 못해 너무 아쉽다"며 "4년 전 같이 꼭 뛰자는 약속 지키지 못해 훗날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아.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더욱 더 준비하고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니 역시 존경 받을 선수란 걸 느낀다. 오랫동안 이글스 팬들에게 사랑 받으며 야구했으면 좋겠다. 올 시즌 멋있었고 수고 많았다"고 전했다.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정우람은 팬 여러분. 9년 전 이 곳 대전에 왔을 때가 생각납니다. 낯설기도 했고 수많은 다짐과 목표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년 1년 승리와 감동 환희 인내 속에서 훌쩍 시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려보면 그때 그 순간 늘 팬들이 곁에 있었고 역시 지금 이 순간 마운드에 선 저를 수많은 등불처럼 아름답게 비춰주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고 더 없이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됩니다"라며 "사람들은 묻습니다. 대전엔 성심당 그리고 또 뭐가 유명하냐고. 그때 마다 저는 대전의 최고 명물은 한화 이글스 팬분들이라고 말해왔습니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최고의 팬덤인 여러분은 저와 선수들의 자부심이자 사시사철 굳건한 소나무였습니다. 그때 그 순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함께해 주시고, 성원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다가올 그 순간을 향해 한발 한발 열심히 걸어 가겠습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우람은 "한화이글스 팬 여러분 그리고 구단 프런트 및 감독, 코치님과 우리 선수들 사랑하고 감사했으며 행복했습니다. 머리 숙여 이만 마침표를 찍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맺었다.
이후 정우람은 선수단 한 명 한 명과 포옹한 뒤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과 작별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은퇴식을 마무리했다.
대전=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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