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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운이 좋지 않다.”
KBO리그를 찍고 메이저리그로 향한 역수출 선수를 보는 건 더 이상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 선수들이 각 팀에서 한 자리씩 차지해 맹활약을 펼치면 ‘역수출 신화’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레벨이 높고 두꺼운 장벽을 넘어야 살아남는다. 누구나 역수출 신화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2020년 두산 베어스에서 21경기에 등판, 8승4패 평균자책점 3.01을 찍은 우완 크리스 플렉센. 2017~2019년 뉴욕 메츠에서 그저 그런 성적을 찍고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그렇게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시애틀 매리너스에 둥지를 틀었다. 2021시즌 31경기서 14승6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하면서 역수출 신화란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2시즌 33경기서 8승9패 평균자책점 3.73에 그친 걸 시작으로 급격히 무너졌다. 2023시즌 29경기서 2승8패 평균자책점 6.86에 그쳤다. 시애틀은 시즌 도중 플렉센을 포기했다. 17경기서 1승도 못 따낸 투수였다. 그러나 콜로라도 로키스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올 시즌을 앞두고 플렉센을 1년 175만달러에 영입했다. 그러나 플렉센은 다시 한번 팀의 바람을 외면했다. 올해 33경기서 3승15패 평균자책점 4.95에 머물렀다. 160이닝 동안 피안타율 0.283, WHIP 1.52다.
지난 1~2년을 통해 각 구종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회복이 되지 않았다. 급기야 메이저리그 최다패 오명을 쓸 뻔하다 커터 크로포드(보스턴 레드삭스, 16패)의 도움(?)으로 간신히 면했다. 그래도 타일러 앤더슨(LA 에인절스)과 함께 메이저리그 최다패 공동 2위에 올랐다.
화이트삭스는 지난 7월 말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주요선수들을 포스트시즌 컨텐더 구단들에 팔았다. 완벽한 셀러였다. 그러나 플렉센은 트레이드 루머조차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다른 구단들의 눈에 전혀 띄지 않았다는 얘기다.
급기야 디 어슬래틱 제이슨 스타크는 지난 28일 각종 개인상 수상자를 예상하면서 양 리그 사이’역’상 수상자까지 선정했다. 사이역상은 사이영상의 정반대 개념이다. 올해 가장 못한 투수, 가치가 떨어지는 투수라는 의미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공식적으로 선정하는 게 아닌, 일부 미국 언론들이 임의로 선정하는 상이다. 어쨌든 플렉센에겐 망신이다.
스타크는 5월9일부터 9월9일까지 플렉센이 21차례 선발 등판헸는데, 화이트삭스가 그 21경기서 0승21패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플렉센이 그 4개월간 마운드에 오르면 팀이 ‘필패’했다는 얘기다. 이 팀이 올해 워낙 망가져서 티 나지 않았을 뿐, 플렉센의 부진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스타크는 “운이 좋지 않았다?”라면서 “그런 표현은 그를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라고 했다. 그 근거로 그 21경기서 플렉센의 피안타율, 피출루율, 피장타율이 각각 0.300, 0.368, 0.496이었다고 했다. 참담한 시즌이다.
아울러 스타크는 1900년대 이후 1980년 마이크 패럿(1승16패 평균자책점 7.28, 승률 0.059), 1996년 짐 애보트(2승18패 평균자책점 7.48, 승률 0.100)만이 올해 플렉센(3승15패 평균자책점 4.95, 승률 0.118)보다 평균자책점이 높고 승률도 떨어지는 투수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플렉센이 1900년대 이후 패럿과 애보트 다음으로 최악의 투수라는 의미. 사이역상 선정은 당연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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