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마이데일리 = 남혜연 기자]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매니지먼트 관계자)
"아티스트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강요하는 시대, 이를 함께 하는 사람들 역시 변해야하지 않을까요?"(공연 관계자)
스타들은 더욱 속상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마련한 콘서트 및 팬미팅이 고가에 거래되는 것에 대해 고심을 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를 악용해 돈벌이를 하는 암표상에 대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명 가수들의 공연 입장권 등을 대거 매입한 뒤 되팔아 수익을 낸 암표상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같은 방식의 암표상들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수법이 점차 대담해 지고 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1일 서울경찰청 범죄예방질서과는 공연법 위반 혐의로 20∼30대 남녀 암표 판매 사범 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유명 가수 콘서트와 뮤지컬 티켓 등을 매크로(한 번의 입력으로 특정 작업을 반복 수행하도록 제작된 프로그램)를 이용해 구매 대행하거나 티켓을 중고 시장에 되팔아 수익을 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판매한 티켓은 가수 나훈아, 임영웅, 버추얼(가상) 걸그룹 이세계아이돌 '릴파' 등의 콘서트와 뮤지컬 '드라큘라, '그레이트 코맷'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나훈아와 임영웅의 콘서트 티켓의 경우 오픈되자 마자 매진이 되는 까닭에 '티켓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자연스럽게 부모님을 위해 예매에 뛰어든 자식들의 경우 실패할 시 "올해도 효자 효녀는 되기 어렵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러한 마음을 악용한 암표상들의 가격 전쟁도 치열하다.
가장 비싸게 팔린 암표는 지난 7월 열린 배우 변우석의 팬미팅 입장권으로, 정가 7만7000원 상당의 이 입장권은 235만원에 거래됐다. 정가 17만7000원인 임영웅 콘서트 티켓도 1장에 최대 80만원까지 팔렸다.
사정이 이렇자 소속사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티켓값의 가격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중이다"면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주인공인 연예인의 마음은 더욱 참담하다"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검거된 피의자 중 20대 무직 여성 A씨는 블로그와 X(옛 트위터)를 통해 티켓 구매를 의뢰받은 뒤 구매자의 아이디·비밀번호를 이용해 매크로로 뮤지컬 티켓 등 331장을 구매해 1억원을 챙겼다. 그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다른 20대 남성 B씨는 매크로로 확보한 임영웅 콘서트 티켓 등 15장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팔아 1천338만원의 수익을 냈다. 20대 군인 남성도 같은 방식으로 543만원을 벌었다.
일반인은 수만에서 수십만 번대 순번 대기 후 남는 좌석을 예매해야 해 대부분 티켓 구매에 실패하지만, 이들은 매크로를 이용해 1∼2분 안에 접속해 다수의 티켓을 확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단속·수사만으로는 암표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주요 공연·스포츠장 관리 기관, 티켓 예매처, 스포츠계, 연예기획사 등과 합동 대응 협의체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 3월 개정된 공연법은 매크로를 이용해 입장권을 부정 판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피의자들에게 공연법 외에도 범죄 수법에 따라 형법상 업무방해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적용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혜연 기자 whice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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