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토드 필립스 감독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조커로서 아서'가 아닌 ' 있는 그대로의 아서'에 대한 서사
[마이데일리 = 정새빈 인턴기자] 영화 조커에서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5명을 살해한 죄로 수용소에 갇힌다. 그는 재판을 앞두고 리 퀸젤(레이디 가가)을 만나며 조커로서 자아를 일깨운다. 이 과정에서 아서는 자신이 조커인지, 아서인지 혼란에 빠지며 결국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고통스러운 여정을 겪는다. 영화 속 아서의 이야기는 그의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 억압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인정받지 못한 한 인간의 고뇌를 담고 있다.
영화의 연출은 이러한 아서의 내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교도소 직원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있는 장면에서, 아서는 홀로 비를 맞고 있다. 그가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철저히 소외된 존재임을 보여준다. 변호사와 대화로 아서가 어린 시절 겪었던 가정 폭력과 그로 인한 고통이 드러난다. 변호사는 아서에게 조커라는 또 다른 자아는 그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방어기제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와 마주하는 정신감정 의사조차 아서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 가두고, 조커를 부정하는 듯한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장면들은 아서가 언제나 타인에 의해 규정되며, 자신을 온전히 이해 받지 못하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재판 과정에서 아서와 마주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조커로서 아서만을 보고, 그를 유명인으로 소비한다. 아서가 음악 수업을 듣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 좋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수업을 강요한다. 그에게 농담을 요구하고 원하는 대답이 나왔을 때는 담배를 건넨다. 검사가 아서에게 사형을 구형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후 사람들은 그에게 사인을 요구한다. 그 사인책이 아서의 죽음 후 높은 가격에 팔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아서는 그저 조커라는 이미지로만 소비된다.
리 퀸젤 역시 아서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 또한 결국 조커로서 아서에게만 끌린다. 재판 중 아서가 조커를 부정하는 순간, 그녀는 아서를 떠나버린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알게 된다.
영화에서 아서가 한 발언들은 그의 고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조커는 어디에나 있다. 바보같이 웃으며 언제나 넘어지는 역할. 그 모습에 사람들은 웃네. 그 외로운 마음은 부서지네. 그러든가 말든가 그들이 관심 있는 건 광대”라고 말하며, 자신이 세상에 조롱거리로만 존재했음을 절실히 느낀다. 그러나 그는 끝내 "조커라는 이름으로 분노를 표하고 사람들을 탓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못하겠다. 타인이 바라는 모습은 환상이다. 조커는 없고 나만 있다. 다 날려버리고 시작하고 싶다"고 말하며 조커라는 가면을 내려놓는다.
'조커: 폴리 아 되'는 아서를 조커로 단순히 규정하는 해석에서 벗어난다. 아서가 상처받고 외로워하며 진정한 자신을 인정받고자 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아서는 단지 사회적 요구에 맞추어 만들어진 페르소나에 불과한 조커가 아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라는 한 인간이었다.
정새빈 인턴기자 sb.j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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