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두산 베어스 곽빈이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최악의 투구를 기록하며 무너졌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투구 내용이 더 좋지 않았다. 악몽이 되풀이 됐다.
곽빈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 동안 투구수 36구,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4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곽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두산의 와일드카드 1차전의 중책을 맡았다.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 다승 공동 1위로 시즌을 마친 것은 물론 통산 KT와 맞대결에서는 15경기에 나서 8승 3패 평균자책점 2.54로 매우 강했던 까닭이다. 특히 브랜든 와델이 부상으로 빠져 있고, 조던 발라조빅이 선발로서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곽빈은 정규시즌 막바지 "원 큐에 끝내겠다"고 다짐했으나, 사실 지난해 와일드카드는 악몽 그 자체였다. 창원에서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에서 3⅔이닝 5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던 까닭이다. 곽빈은 "작년은 내가 망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설욕해야겠다는 느낌보다는 후회 없이 팀원을 믿고 제 공을 던져보겠다. 타자 형들을 믿고, 나는 나를 믿고 던지면 당연히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엽 감독도 경기에 앞서 "(곽)빈이가 5~6이닝을 던지는 것이 베스트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이)영하, (홍)건희, (김) 강률이, (이)병헌이, (김)택연이까지 가는 것이 좋다. 우선은 (곽)빈이를 최대한 길게 가는 것이다. 다만 최악의 경우이지만, 분위기라던가 몸 상태,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면 빠른 교체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도 "곽빈이 KT를 상대로 좋은 피칭을 해줬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서포트를 잘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회 투구 내용은 작년의 악몽을 되풀이 하는 듯했다. 곽빈은 1회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김민혁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더니, 후속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안타를 맞으며 실점 위기에 몰렸다. 이후 집중타가 시작됐다. 곽빈은 장성우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허무하게 선취점을 헌납했고, 이어 나온 강백호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2실점째를 기록했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모든 공을 공략 당했다.
곽빈은 계속되는 1, 3루에서 오재일에게도 안타를 맞으면서 3점째를 내준 뒤 오윤석의 희생번트 때 처음으로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그리고 황재균까지 삼진 처리하면서 드디어 한숨을 돌리는 듯했는데, 배정대에게도 안타를 맞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었다면 3루 주자의 득점을 막아내진 못했으나, 2루 주자 오재일은 중견수 정수빈의 '레이저 송구'의 도움을 받아 5실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을 4점으로 줄였다는 것이었다. 이닝이 끝난 뒤 곽빈은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자책했다.
그러나 이닝이 바뀐 뒤에도 곽빈의 투구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곽빈은 9번 타자 심우준을 상대로 볼넷을 내주며 또다시 선두타자를 내보냈고, 이에 두산은 1회부터 불펜에서 준비를 시켰던 조던 발라조빅을 투입했다. 그래도 바통을 이어받은 발라조빅이 곽빈의 승계주자가 있는 상황을 실점 없이 막아내면서 경기가 확실하게 기울 수 있는 위기를 넘기는데 성공했다. 곽빈의 조기 강판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까.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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