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마이데일리 = 부산 강다윤 기자] '나의 아저씨' 김원석 감독이 故 이선균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4일 부산 해운대구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故 이선균 배우를 기억하며' 특별전이 열려 드라마 '나의 아저씨' 하이라이트 시사 및 스페셜토크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원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호산, 송새벽이 참석했다.
'나의 아저씨'는 각자의 방법으로 삶의 무게를 무던히 버텨내고 있는 아저씨 삼형제 박동훈(이선균), 박상훈(박호산), 박기훈(송새벽)과, 그들과는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삶의 고단함을 겪어왔던 거칠고 차가운 여자 이지안(아이유)이 상대방의 삶을 바라보며 서로를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 2018년 방송돼 최고 시청률 7.4%(닐슨코리아 전국 평균기준)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날 김원석 감독은 "선균 씨는 KBS 드라마 단막극 감독들의 페르소나였다. 약간 단막극은 서민, 우정, 루저 이런 게 많지 않나. 선균 씨가 루저 이야기의 주인공을 많이 했다"며 "또 잘 나가는 사람의 멋있는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이 분의 시작은 루저 목소리였다. 되게 목소리는 감미로운데 루저 느낌이 나오고 외모도 훈남인데 되게 후줄근한 느낌이 난다. 그래서 캐스팅을 했다"라고 이선균의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때 마침 '악질경찰'이라는 영화하고 'PMC: 더 벙커'라는 영화를 끝내고 힘들어하는 상태였다. 대본을 소속사 대표님께 주면서 '어떠실 것 같냐'했더니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다고 하시더라. 대본을 드리긴 할 텐데 어떨지 모르겠다' 했다"며 "그런데 드린 그날 저녁에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알고 봤더니 선균 씨가 '미생'을 되게 좋아했다. 대본도 안 보고 어떤 역할인지 모르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본도 안 보고 하겠다고 했는데 박동훈이 현을 못하는 역할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했다. (이선균이) 내가 아는 이선균이 전혀 남아있지 않는 상태에서 '나의 아저씨'를 했다"며 "버럭버럭하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만 하다가 여기 와서 이러니까 처음에는 되게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많이 섭섭하다고 했다. (내가) 아무것도 못하게 하니까. 촬영 감독님한테 가서 '이게 맞냐.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 했다더라"라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우리 선균 시가 정말 좋은 배우인 게 본인이 이해가 안 되는 역할을 거짓말로 하지 못한다. 본인 안에 있는 것을 끌어다 연기한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 좀 하자'라고 했다가 술만 마시고 헤어진 적도 있다. 그러다 작가님이 '뭘 안 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고독을 표현하면 어떨까' 말씀하셨는데 그게 본인한테 딱 맞았다. 그다음부터 달라졌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선균을 추모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개최한다. 이선균의 대표작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나의 아저씨', '기생충' 등 6편을 상영하며 스페셜 토크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 이선균을 선정했다. 한국영화공로상은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적인 성장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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