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마이데일리 = 부산 강다윤 기자] 주인공이 된 서동재가, '좋거나 나쁜게' 온다.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BIFF 야외무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29th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 이하 부국제)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박건호 감독, 이수연 크리에이터를 비롯해 배우 이준혁, 박성웅이 참석했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스폰 검사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로 인정받고 싶은 검사 서동재(이준혁)의 화끈한 생존기를 그린다. '비밀의 숲' 스핀오프로 '비밀의 숲' 1, 2를 집필한 이수연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으며 '비밀의 숲' 시리즈를 함께했던 황하정, 김상원 작가가 집필을, 박건호 감독이 연출을 맡아 완성도를 담보한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부국제의 '온 스크린(On Screen)' 섹션에 초청됐다. 온 스크린 섹션은 OTT 플랫폼에서 공개 예정인 화제의 시리즈를 선보이는 부문이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부국제를 통해 처음 관객들과 만나는 뜻깊은 시간을 갖게됐다.
이날 이수연 크리에이터는 "맨 처음 드라마로 부산을 오게 돼서 '이런 일도 있구나' 신기해서 쫓아온 느낌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 행사에 참여하는 일도 처음이고 신기하다. 이런 큰 자리에서 뵙게 되니까 떨리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다 기분 좋은 자리"라며 미소 지었다.
박건호 감독 또한 "이틀 동안 GV를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관객 분들이 와주셔서 너무 영광이었다. 또 부국제에서 '좋거나 나쁜 동재'를 처음 공개하고 오픈하는 자리를 많이 좋아해 주셔서 한마디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우리 카피 문구이기도 한데 '이런 기분이구나 주인공이 됐다는 건'인데 이런 기분을 '동재' 팀에게 느끼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기쁨을 전했다.
지난 2017년 처음 베일을 벗은 tvN '비밀의 숲'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황시목(조승우)이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배두나)과 함께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내부 비밀 추적하는 내용을 다루며 큰 사랑을 받았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비밀의 숲'에서 탄탄한 팬덤을 모은 검사 ‘서동재’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시리즈다.
이와 관련 이수연 크리에이터는 "사실 동재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 있는데 단발성으로 끝내기 아깝지 않냐는 제안을 제작사에서 해주셨다. 그중에 누구를 할까 가 아니라 처음부터 동재였다"며 "나는 동재로 스핀오프를 만들 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가 문제가 아니라 '동재를 통해서, 동재답게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였다. 같은 이야기라도 동재라는 캐릭터에게 맡겨지만 동재만이 풀 수 있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그 점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작품의 시작을 전했다.
이어 "(대본을 쓸 때) 동재라는 캐릭터가 쉬운 면도 있고 어려운 면도 있는데 뭐든지 할 수 있는 캐릭터다. 나쁜 짓을 해도 되고 좋은 짓을 해도 '쟤가 왜 저래' 이런 말을 듣는 캐릭터"라며 "가장 큰 문제는 뭐든지 동재스럽게 풀어야 했다. 쓸 때 이게 제일 관건이라는 걸 중점으로 많이 두고 이준혁 배우 하고도 '동재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야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했다.
이 크리에터는 "내가 맨 처음에 ('비밀의 숲' 시리즈를) 쓸 때는 동재라는 캐릭터가 소모적일 수 있었다. 주인공의 앞날을 조금씩 조끔 식 방해하는, 굉장한 빌런이 아닌 얄미운 캐릭터일 수 있었다. 이준혁 배우와 첫 미팅을 하는데 굉장히 많은 분석을 해오셨다. 내가 쓴 캐릭터지만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시작됐다"며 "이준혁과 함께 완성된 캐릭터"라고 짚었다.
이준혁은 "솔직하게 원래 '좋거나 나쁜 동재'를 절대 안 한다고 했다. 사실 '비밀의 숲 2' 때도 동재는 꼭 죽여달라고 했다. 동재가 너무 싫다기보다도 개인적으로 뭘 볼 때 새로운 걸 워낙 좋아해서 '또 하면 재미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내 "작가님 글을 보고 나니 방향성이 정말 달랐다. 동재를 해왔던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움이 있는 것 같아서 그때부터는 조금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팬 분들이 이렇게 좋아하실 줄 몰랐다. 현장에서 스태프 분들도 동재를 너무 좋아하더라. 정하철이라고, 우리 촬영감독님도 워낙 동재 팬이라고 이름을 꼭 말해달라고 하시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준혁은 "그래서 '이렇게 다들 동재를 좋아하나, 다들 동재처럼 살고 있나, 뭔가 와닿는 게 있나' 생각하며 접근하게 되더라. 또 내 친구가 은행 다니는 친군데 시즌2를 보면서 (직장인으로서) 공감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주위에서 많이 좋아해 줘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얻고 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박성웅은 검사 서동재를 견제하는 이홍건설 대표 남완성 역을 맡았다. 남완성은 태어났을 때부터 완성형 자산가로, 흙먼지 묻혀가며 사업을 일군 아버지와 달리 명함과 돈다발을 쥐고 인맥을 다졌기에 체계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했다고 굳게 믿는 인물이다.
'좋거나 나쁜 동재'를 통해 박성웅은 처음 '비밀의 숲' 세계관에 합류했다. 그러나 "시청자의 입장으로 '비밀의 숲' 시리즈를 챙겨봤냐, 캐스팅된 이후로는 보셨냐"라는 물음에 연신 "아니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나는 솔직히 리메이크 작품이 들어오면 그 작품을 안 본다. 그 전작들도 따라 할까. 궁금해서 보게 되면 거기에 내가 얽매일까 싶다. 웬만하면 그런 것들을 잘 안 본다. 그런데 동재라는 캐릭터는 알고 있었다"며 "알고 있었는데 얘가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스핀오프가 나올지도 몰랐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나도 '좋거나 나쁜 동재' 1, 2부를 (부산에) 오기 전에 박건호 감독이 보내줘서 봤다. 이준혁이 아니라 그냥 동재더라. 너무 잘했다. 그런 캐릭터가 있어서 나도 더 나빠질 수 있었다"며 "우리들은 현장에서 되게 합이 좋았고 이수연 작가님이 크리에이터로 함께하셨지만 많은 도움을 주셨다. 되게 행복하고 즐거운 작품이었다. 끝나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였다"라고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주인공이 된 서동재는 '좋거나 싫은 동재', '착하거나 나쁜 동재'가 아닌 '좋거나 나쁜 동재'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크리에이터는 "동재라는 인물은 선악을 다 갖춘 인물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거나 나쁜'이 동재의 좋은 면, 나쁜 면이라고 나도 스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대본을 써나가면서 '이 이야기는 동재가 좋은 시절, 나쁜 시절을 다 겪는구나. 그렇게 써야 하는구나'하고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야기에서 동재는 굉장한 상승을 하고 최고의 정점을 맛보기도 한다. '이런 기분이구나 주인공이 된다는 걸'이라는 대사가 거기서 나온다. 그러다 확 발목을 잡혀서 추락을 맛보기도 한다. 문제는 그 추락 역시 본인이 과거에 저지른 일 때문에 겪게 된다. 불운이나 남의 모함이 아니라 동재가 살아온 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좋거나 나쁜 동재'는 막 발버둥 쳐서 좋은 곳에도 갔다가 살아온 과거 때문에 나락에 빠지며 조금씩 옛날의 과오를 깨닫고 속죄나 구원까지는 못 가더라도 '내가 이렇게 살았구나'하고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이야기"라며 "이 제목이 맨 처음에 부담스러웠다. 제목을 이렇게 지으면 정말 좋은 면, 나쁜 면을 다 보여줘야 한다. 그래도 나중에는 정말 잘 지은 제목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짚었다.
끝으로 이준혁은 "여러분이 평소에 하기 어려운, 동재가 대신 욕망해드리고 대신 수치스러워 드리고 대신 떠들어드린다. 마음껏 동재를 놀리기도 하고 공감하기도하고 여러가지 맛으로 편하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동재처럼 이상한 행동을 대놓고 하기 쉽지 않으니까 마음껏 욕하셔도 좋다. 그냥 재밌게만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반면 박성웅은 "동재라는 캐릭터는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혼자 있을 때 장면이 다 나온다. 혼자 있으면 아무도 못보는데 드라마라 우리는 그걸 다 보지 않나.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밖에서는 센척하는데 한없이 약하다"며 "편의점에서 라면 먹다 자기 기사 찾아보고 손바닥에 지문이 다 없을 정도로 부장검사한테 아부를 한다. 왜, 자식과 가족을 위해 살아남아야하니까. 동재라는 캐릭터는 미워할 수 없으니까 여러분이 이준혁 배우를 지켜준 것처럼 우리 드라마를 지켜달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올해 29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열흘간 개최된다.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포함해 총 63개국으로부터 온 278편의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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