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억누르고 마운드에 올라 팀 승리를 지켜냈다. LG 트윈스 마무리 유영찬(27)의 이야기다.
LG는 5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KT에 7-2로 승리했다. 이로써 전날(5일) 패배를 했던 LG는 이날 승리로 1승 1패 시리즈 동률을 만들었다.
선발 투수 임찬규가 5⅓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다. 이어 올라온 불펜도 잘 막아냈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1⅔이닝)-김진성(1이닝)이 8회까지 막은 뒤 유영찬이 올랐다.
상황은 LG가 7-2로 앞선 9회초. 점수 차는 벌어져 있었지만 염경엽 감독은 유영찬을 택했다.
첫 타자 황재균을 상대한 유영찬은 공 9개로 유격수 뜬공 처리했다. 다음 타자 심우준도 빠른 승부를 하지 못했다. 9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다음 김민혁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유영찬은 로하스에게 내야 안타를 내줬고, 조대현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유영찬은 강백호를 좌익수 뜬공 처리해 팀 승리를 지켜냈다.
선수들은 마운드에서 하이파이브에 앞서 유영찬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경기 후 만난 유영찬은 "아버지가 많이 생각났는데, 그래도 야구랑은 또 별개라 생각해 마운드 위에서는 똑같은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쉽지는 않은 등판이었다. 감정적인 부분도 있었던데다가 장지까지 다녀온 터라 체력적으로도 타격이 있었을 터. 유영찬은 발인을 마치고 돌아와 바로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염경엽 감독이 만류했다. 염 감독은 "본인은 빨리 오면 할 수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발인을 하고 시합하는 것은 내일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늘은 안전하게 쉬고 내일부터 등판하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배려에 유영찬은 하루 푹 쉴 수 있었고, 돌아와 공을 뿌렸다.
유영찬은 "주자를 내보내긴 했지만 공은 후반기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천에서 훈련할 때 회복 중심으로 훈련을 했고, 회복에 집중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호텔에 돌아와서는 잠을 많이 못 잤기 때문에 잠을 많이 잤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발생한 갑작스러운 비보라 LG 구단도 당황스러웠다. 일단 4일 잠실 훈련을 마치고 조문을 다녀왔다. 그리고 이날 유영찬이 선수단에 합류했고, 경기 전 선수들은 다같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유영찬은 "그래도 형, 동생들이 많이 생각해 주고 챙겨주셨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선수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유영찬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외국인 에이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클로저로 투입됐다. 1차전에서 8회 올라와 2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이제는 마무리가 돌아왔다. 그리고 팀도 승리했다.
유영찬은 "오늘 승리가 내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말씀드렸다시피 야구랑 그 일(부친상)은 별개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경기에서도 마무리든 어디든 어떤 위치에서나 최선을 다해서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누구보다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공감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이날 선발로 나왔던 임찬규다. 임찬규 역시 3년 전인 2021년 시즌 중에 부친상을 당한 바 있다.
임찬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일이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영찬이가 바로 복귀를 했다. 많이 힘들 텐데 기특하고 고맙다"면서 "큰일을 겪었는데 긴 시간 마음이 아프고 힘들 것이다. 영찬이가 팀을 위해, 팬들을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좋은 피칭을 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잠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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