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찬헌은 한 번 던지고 나면…”
사실 강한 예감이 들었다. 2년 FA 8억6000만달러 계약을 마친 시점. 다시 한번 연봉계약이 필요한 상황. 그러나 정찬헌은 여기서 은퇴를 결정했다. 현역생활에 대한 아쉬움이 왜 없으랴. 그러나 본인의 몸 상태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정찬헌은 2023년 가을 허리 수술을 받았다. LG 트윈스 시절 받았던 두 차례 수술에 이어, 세 번째였다. 이 과정에서 키움은 정찬헌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했다. 정찬헌은 실제로 키움 구단의 지정병원이 아닌 자신의 허리를 오랫동안 돌본 전문의가 있는 지방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후 구단은 정찬헌의 복귀 시점을 가늠하는 것조차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허리를 아파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2~3차례 수술을 받으면 평생 관리를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정찬헌에게 세 번째 허리수술은 야구선수를 넘어, 자신의 삶이 달라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 정찬헌을 사실상 전력 외로 뒀다. 2군에서 훈련하고 재활하면서 몸 상태가 괜찮았다는 보고를 받으면 1군에 올렸다. 그리고 한번 선발투수로 투구하면 다시 2군에 내려서 몸 상태를 점검하고 충분히 휴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허리수술 이후 재활 자체는 잘 진행했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5인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할 수 있는 몸은 아니었다.
미처 전부 기사화 할 수 없었지만, 홍원기 감독은 정찬헌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야구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야구하기에 쉬운 몸 상태가 아닌데 열정을 갖고 준비하는 모습을 후배들이 배우면 좋겠다고 했다. 당연히, 정찬헌의 몸을 아는 키움 사람들은 그의 고전을 두고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2021년 여름 서건창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하필 당시 외국인투수들의 부상, 안우진과 한현희(롯데 자이언츠)의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에 의한 징계 등으로 선발진이 무너지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이때 정찬헌은 단숨에 마운드와 덕아웃에서 리더가 됐다.
키움에서 4년간 그렇게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특히 FA 계약을 맺은 작년과 올해는 14경기서 2승8패 평균자책점 4.75, 4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7.88이었다. 그러나 젊은 투수가 많은 마운드에서 남몰래 멘토 역할을 해왔다는 후문이다. 1군에서도 2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키움은 7일 선수단 방출 현황을 발표하면서 은퇴 의사를 피력한 정찬헌을 코치로 쓰겠다고 밝혔다. 정찬헌이 키움에 와서 마운드 밖에서 보여준 영향력을 감안한 구단의 선택이다. 좋은 지도자가 될 자질을 갖췄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키움에 2021년 여름, 정찬헌 트레이드는 실패가 아니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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