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경기 안 뛰어도 되니까 (한국시리즈)우승만 하면 된다.”
KIA 타이거즈 ‘수비왕’ 박찬호(29)는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그만큼 한국시리즈 우승이 간절하다. 정규시즌 우승을 하고도 감격의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3유간에서 마운드로 달려가 마무리투수 정해영과 얼싸안는 게, 박찬호의 마지막 소망 아닐까.
박찬호의 말은 사실 말이 아예 안 된다. 자신이 안 뛰고 KIA가 어떻게 통합우승을 할 수 있을까. KBO가 7일 발표한 수비상 후보에 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에는 수비지표가 좋은 타 구단 선수들도 있는 만큼, 박찬호의 2연패를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나 현재 업계에서 유격수 수비력이 가장 안정적인 선수는 여전히 오지환(LG 트윈스), 박찬호, 박성한(SSG 랜더스)이라는 평가다.
단기전서 수비의 중요성은 말할 게 없다. 당장 지난 6일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통해 잘 드러난다. KT가 실책 4개를 범하면서 LG가 손쉽게 경기의 흐름을 잡았다. 결국 LG가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2차전 흐름이 팽팽해서 KT가 2연승을 할 수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수비는 정말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KIA 유튜브 채널 갸티비가 최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KIA 선수들은 각 파트별로 기본적인 포구 및 송구훈련부터 꼼꼼히 진행하고 있다. 이현곤 외야수비코치는 빠른 것도 좋지만 정확한 송구를 강조했다. 박기남 내야수비코치는 실책을 해도 타격에 악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내야수들의 수비 부담, 중요성이 크다. 그래서 박찬호라는 이름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김선빈은 예년보다 범위가 약간 떨어졌고, 김도영은 첫 한국시리즈라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베일에 쌓였다. 풀타임 1년차 이우성은 건실하지만, 압도적인 수비력을 보유한 건 아니다.
박찬호는 시즌 내내 이들의 크고 작은 약점을 만회하는 수비를 펼쳤다. 넓은 수비범위, 안정적인 타구 처리, 판단능력까지. 화려하면서도 쉬운 타구에 실수를 하는 약점은 옛날 얘기다. 올 시즌 실책(23개)의 상당수는 안타성 타구를 처리하다 나왔다.
한국시리즈도 정규시즌처럼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면서, 공격에서 1~2차례 출루만 해주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타순은 9번 혹은 1~2번이다. 박찬호의 역대 가을야구는 2022년 KT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이 유일했다. 당시 4타수 3안타 1도루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가을야구에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박찬호의 그 간절함이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한국시리즈를 잘 치러 생애 첫 통합우승도 달성하고, 수비왕 2연패에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면 2024시즌을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가장 중요한 건 건실한 수비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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