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심혜진 기자] KT 위즈가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패하긴 했지만 무기력하게 진 것은 아니었다. 이강철 감독이 하나의 소득으로 본 것이 배정대의 홈런이었다. 하지만 배정대는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왜일까.
KT는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6으로 졌다. 1차전을 가져왔던 KT는 2차전과 3차전을 내리 지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박동원과 오스틴에게 홈런 2방을 맞으면서 3-6으로 끌려가던 KT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LG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홈런포를 때려냈다.
주인공은 배정대였다. 1사 2루 상황에서 LG 마무리 유영찬을 상대로 2점 홈런을 때려내며 1점 차까지 추격했다. 비록 동점에는 실패했지만, 배정대의 홈런 한 방으로 LG는 끝까지 쓰지 않으려 했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이강철 감독은 "마지막에 정대 홈런이 나와 저쪽 카드(에르난데스)를 하나 쓰게 했다. 마지막에 지더라도 잘 진 것 같다"고 하나의 소득으로 바라봤다.
배정대는 이번 가을 KT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준PO 3경기에서 홈런 1개 포함 타율 0.364(11타수 4안타)를 때렸다. 앞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두 경기 하는 동안 무려 5할, 8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8안타로 KT 타자 중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렸다.
배정대는 이날 4차전에서 7번 중견수로 다시 선발 출장한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배정대는 홈런에 대해 "딱히 노림수는 없었다. 직구 보고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타격감이 계속 좋은 이유를 묻자 "안타를 친다고는 하지만 중요할 때 안타를 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며 "단기전에서는 1점이라도 더 필요한 게 맞다고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LG의 선발 투수는 디트릭 엔스다. 이미 1차전에서 한 번 붙어봤던 상대다. 배정대는 "데이터 분석을 열심히, 잘하고 있다. 이제 지면 뒤가 없다. 선수들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부담감에 대해서는 "모든 분들이 마찬가지이겠지만특히 프로 선수들은 그날그날 바로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나"라며 "매일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프로 선수다. 부담감도 잘 이겨내야 한다. 저는 저희 팀원들을 믿는다. 어제와는 다른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배정대는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상대 마무리 유영찬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영찬은 최근 부친상을 당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던 지난 5일 발인을 마치고 장지에 다녀온 뒤 바로 선수단에 합류했다.
배정대는 "유영찬 선수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저였으면 아마 경기를 못 나갔을 거다. 하지만 팀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으니, 경기에 나갔다는 것 자체로 정말 대단하다고, 존경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저보다 어린 선수지만 정말 많이 놀랐다"고 존경심을 전했다.
사실 직접 만나서 말을 하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다. 배정대는 "1차전 때 만나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전달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었다. 승부를 떠나서, 결과를 떠나서 정말 인간 대 인간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유영찬을 상대로 추격의 홈런을 쳤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배정대는 "홈런을 쳤을 때는 좋았는데, 치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라며 잠시 숨을 고른 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존경스럽다. 그런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럽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수원=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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