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신민재가 양보를 했어야죠.”
SBS 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의 냉정한 평가였다. LG 트윈스 2루수 신민재가 유격수 오지환에게 양보를 했어야 한다고 했다. 단, 철체절명의 상황서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야수가 타구를 미루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9일 수원KT위즈파크.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5-5 동점이던 11회말 KT의 공격. LG의 아쉬운 수비가 두 차례 있었다. 그러나 냉정히 볼 때 LG도 최선을 다했고, KT는 더 잘 싸웠다. 명승부였다.
KT는 선두타자 강백호의 좌선상 2루타가 비디오판독 끝 인정을 받았다. 김상수의 자동고의사구로 무사 1,2루 찬스. 여기서 황재균이 번트를 기가 막히게 댔다. 희생번트만 하면 되는데, 사실상 세이프티 번트라고 봐도 될 정도로 3루 방향으로 절묘하게 댔다.
LG 3루수 문보경이 전진한 상황. 타구를 잡았고, 과감하게 3루를 커버한 유격수 오지환에게 송구했다. 그러나 강백호가 3루에서 살았다. 타자주자, 선행주자들 모두 세이프. 무사 만루. 사실 문보경의 판단미스는 아니었다.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오히려 굳이 책임을 묻는다면 포수 허도환이라고 했다. 허도환이 최초로 3루 방향으로 손짓을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1루로 수정했지만, 타구를 잡은 문보경이 허도환의 시그널 변경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사이드암 정우영이 2사까지 잘 잡았다. 2사 만루. 심우준 타석에서 야구의 신이 KT의 손을 들었다. 극적이었다. 심우준은 정우영의 주무기 투심을 공략했다. 볼카운트 2S로 불리했으나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컨택했다. 심우준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타구가 정우영을 지나쳤고, 살짝 빗맞았다. 2루 부근으로 가는 타구. 2루수 신민재와 유격수 오지환 모두 전진 대시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타구에 달려드는 과정에서 부딪혔고, 타구는 뒤로 빠져나갔다. 3루 주자 김상수의 끝내기득점.
이순철 해설위원은 굳이 잘잘못을 가리자면, 신민재가 오지환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풀이했다. 2루수 신민재는 타구를 잡으면 몸을 돌려서 1루에 송구해야 한다. 그러나 유격수 오지환은 타구를 잡으면 반동을 활용해 곧바로 1루에 러닝 스로우를 하면 된다. 확률상 오지환이 처리하는 게 옳다는 게 이순철 해설위원의 견해.
그러나 그 순간 신민재가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을까. 기록원들도 심우준에게 내야안타를 줬다. LG의 실책은 아니라고 봤다. 야구의 신이 KT에 미소를 보인 순간이었다. 기본적으로 심우준이 불리한 볼카운트서 집중력을 잘 발휘했다. 그리고 LG 중앙내야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 장면을 가장 기뻐할 사람은 삼성 라이온즈 구성원들이다. 플레이오프에 선착한 삼성이 바라는대로, 준플레이오프는 5차전까지 간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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