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사의 시작인가.
KT 위즈의 극적인 승리로 끝난 9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 연장 11회말 응집력을 발휘한 KT 타선이 단연 돋보였다. 그러나 알고 보면 진짜 히어로는 10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마무리 박영현(21)이었다. 박영현은 5-5 동점이던 8회초 2사 만루서 구원등판, 3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냈다.
이강철 감독은 4차전 승리 직후 투수교체 실수를 자책했다. 그러나 박영현과는 무관했다. 사실 경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오히려 박영현의 등판 시점이 더 빨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소형준이 8회에 많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박영현은 5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1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낸 뒤 2~3차전서 휴식했다. 이동일 포함 사흘 연속 쉬었다. 단기전서 주전 마무리의 이 정도 휴식은 드문 일이다. 때문에 박영현의 3⅓이닝 및 35구 투구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박영현의 투구는 정말 대단했다. 등판하자마자 준플레이오프서 잘 나가는 신민재를 151km 포심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9~11회에 내내 150km 안팎의 포심에 체인지업, 슬라이더로 2차전부터 달아오른 LG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박영현은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결정 1~2차전에도 모두 등판해 1이닝 무실점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4경기서 6.1이닝 2피안타 5탈삼진 1볼넷 무실점이다. 심지어 LG를 상대로 아직 단 1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박영현은 기본적으로 150km 안팎의 스피드를 찍는데 리그 최상급의 RPM과 수직무브먼트를 보유했다. 때문에 타자 입장에선 150km 중반대의 공을 상대하는 듯하는 느낌을 받는다. 경기후반 1이닝만 던지니, 타자로선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
KT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박영현의 등판 횟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구위는 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제2의 오승환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보직만 보면 박영현과 김택연(두산 베어스)의 선의의 경쟁.
2000년대 후반 오승환 최전성기에 약간 못 미친다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그 시절 오승환은 정말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감안하면 현재 박영현과 김택연도 엄청난 영건이자 한국야구의 축복이다. 무엇보다 두 사람에겐 앞날이 창창하다.
박영현과 김택연은 올해 본격적으로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 박영현은 올 시즌 66경기서 10승2패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다. 향후 10년 이상 마무리로 뛰며 한국야구 새 역사를 쓸 후보로 꼽힌다. 이번 가을야구는 박영현에겐 소중한 경험이자 성장의 발판이다. 하루 쉬고 5차전서 당연히(?) 대기할 것이다. LG 타자들이 박영현을 공략하느냐 못 하느냐가 준플레이오프 최종전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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