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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얼마나 간절했으면 이례적으로 욕설까지 내뱉었다.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가을야구가 한 경기 더 늘어났다.
오타니는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4차전 맞대결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 선발 라인업
다저스 :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무키 베츠(우익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맥스 먼시(1루수)-윌 스미스(포수)-토미 에드먼(유격수)-개빈 럭스(2루수)-키케 에르난데스(3루수)-크리스 테일러(중견수), 선발 투수 라이언 브레이저.
샌디에이고 : 루이스 아라에즈(1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매니 마차도(3루수)-잭슨 메릴(중견수)-잰더 보가츠(유격수)-데이비드 페랄타(지명타자)-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 선발 투수 딜런 시즈.
1승 1패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전날(9일) 경기는 매니 마차도의 주루플레이 하나가 모든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다저스의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의 악송구를 유발하기 위해 2루로 향하는 과정에서 투수 쪽에 가까운 잔디를 밟는 등 '바나나' 모양의 주루를 선보였고, 때마침 악송구가 발생하면서 무려 6점을 쓸어 담고 3차전을 승리했다.
이렇게 되면서 LA 에인절스 시절부터 '포스트시즌'을 외쳤던 오타니의 가을야구가 4경기 만에 종료될 위기에 처했는데, 의외로 오타니는 덤덤했다. 그는 "실수도 좀 하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1점까지 쫓아갈 수 있었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뒤가 없다는 느낌 자체가 내겐 없다"며 "2연승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일단 컨디션은 좋다. 단순하게 2연승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날(9일)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던 오타니가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시즈를 상대로 2B-2S에서 5구째를 공략해 2루수 땅볼로 물러났던 오타니의 방망이가 깨어난 것은 두 번째 타석. 1-0으로 앞선 2회초 2사 1, 3루에서 오타니는 시즈의 초구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난 스위퍼를 힘껏 잡아당겨 우익수 쪽으로 향하는 안타를 생산,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출루는 이어졌다. 오타니는 5-0으로 앞선 4회초 1사 주자 없는 세 번째 타석에서 샌디에이고의 바뀐 투수 아드리안 모레혼을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냈다. 이후 무키 베츠의 뜬공에 2루 베이스에 안착한 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안타에 3루 베이스를 지나 홈까지 내달렸는데, 이때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샌디에이고 3루수 매니 마차도의 글러브에 맞고 튄 타구가 3루심의 몸에 맞은 것.
좌익수 방면으로 빠졌어야 했던 타구는 결국 3루심의 팔에 맞고 떨어지게 됐고, 이때 홈으로 향하던 오타니가 아웃 판정을 받았다. 더그아웃으로 자리를 옮긴 고개를 숙인 오타니는 한참 동안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애썼으나, 끝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결과 3루심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다저스 동료들도 오타니의 이례적인 행동에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포스트시즌이 오타니에게 얼마나 간절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오타니는 6회 2사 1루의 네 번째 타석에서 다시 한번 볼넷을 얻어내며 '3출루' 경기를 완성했고,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다섯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나며 3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으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벼랑 끝에 몰린 다저스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다저스는 1회 경기 시작과 동시에 완전히 부활한 무키 베츠가 샌디에이고 시즈를 상대로 선제 솔로홈런을 폭발시키며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2회 개빈 럭스의 볼넷과 키케 에르난데스의 안타로 마련된 득점권 찬스에서는 오타니가 달아나는 적시타를 터뜨린 뒤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선 베츠가 한 점을 더 보태며 3-0으로 달아났다.
다저스의 폭격에 샌디에이고는 선발 시즈를 1⅔이닝 만에 강판시켰지만, 분위기 반전은 없었다. 오히려 다저스가 3회초 선두타자 맥스 먼시의 2루타 이후 윌 스미스가 바뀐 투수 브라이언 호잉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터뜨리면서 경기 초반부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이후 4회부터는 경기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는데, 다저스가 경기 막판 승기에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는 7회초 먼시가 몸에 맞는 볼, 스미스가 상대 야수 선택으로 출루하면서 만들어진 1사 1, 3루에서 토미 에드먼이 샌디에이고 알렉 제이콥을 상대로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켜 한 점을 더 뽑아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2사 2루에서는 완디 페랄타를 상대로 럭스가 투런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변수 조차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MVP' 프레디 프리먼과 미겔 로하스가 부상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고, 마땅한 선발 자원이 없어 불펜데이라는 자체 어드벤티지를 떠안은 채 경기를 시작한 다저스는 화끈한 방망이와 철벽 불펜을 앞세워 샌디에이고를 8-0으로 격파하며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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