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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그 또한 내 모습이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4차전 맞대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1차전을 승리한 뒤 2~3차전을 연달아 내주면서 수세에 몰렸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니에게 흔들리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3차전이 끝난 뒤 오타니는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 뒤가 없다는 느낌 자체가 내겐 없다"며 "2연승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일단 컨디션은 좋다. 단순하게 2연승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불태웠다.
1차전에서는 홈런을 터뜨리며 생애 첫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무대를 제대로 즐겼던 오타니는 2차전에선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3차전에서 다시 존재감을 뽐냈다. 첫 번째 타석에서 땅볼로 물러난 뒤 1-0으로 앞선 2회초 2사 1, 3루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딜런 시즈를 상대로 적시타를 터뜨리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인터뷰에선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오타니에게 포스트시즌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 수 있는 장면도 나왔다. 5-0으로 앞선 4회초 1사 주자 없는 세 번째 타석에서 샌디에이고의 바뀐 투수 아드리안 모레혼을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낸 뒤 무키 베츠의 뜬공에 2루 베이스에 안착한 오타니는 이어 나온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안타에 3루 베이스를 지나 홈을 향해 내달렸다. 그런데 이때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에르난데스의 타구가 샌디에이고 3루수 매니 마차도의 글러브에 맞은 뒤 '페어' 판정을 내리던 3루심의 팔에도 닿은 것. 심판에게 맞지 않았다면 좌익 선상으로 빠지는 장타가 될 수 있었던 타구는 3루심 앞에 뚝 떨어지게 됐고, 이때 홈을 파고들던 오타니가 아웃됐다. 여기서 오타니가 격분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갈 때부터 표정이 좋지 않았던 오타니가 끝내 분노를 참아내지 못하고 3루심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결국 4차전은 수세에 몰린 다저스가 8-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시리즈를 5차전으로 끌고 갔지만, 오타니가 분노하는 장면은 분명 이례적이었다. 이에 일본을 비롯한 미국 언론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오타니가 1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훈련을 소화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입을 열었다.
일본 '산케이 스포츠'에 따르면 오타니는 전날(10일)의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묻자 "경기의 분위기도 좋았고, 게임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긴 시즌을 치르는 방법과 단기전을 치르는 방법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이 필드에서 많은 선수들이 감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타니는 '감정이 그라운드에서 드러나는 것에 스스로 놀랐느냐?'는 물음에 "깜짝 놀라진 않았다"고 미소를 지으며 "그것도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적인 모습이 좋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를 리스펙하면서 팀을 고무시키는 감정이라고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심판을 향해 분노한 장면에 대해서는 "벌써 잊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11일 샌디에이고와 5차전은 오타니의 첫 번째이자 올 시즌 마지막 가을야구가 될 수 있는 상황. 오타니는 미·일 통산 203승의 다르빗슈 유와 다시 맞붙는다. 올해 포스트시즌을 포함한 상대 전적은 무려 8타수 1안타로 다르빗슈가 압도적으로 강한 모습. 다르빗슈는 지난 7일 2차전에서도 오타니를 3타수 무안타로 완벽하게 묶어냈다.
그 비결로 다르빗슈는 "오타니는 굉장히 머리가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도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1구, 1구 오타니의 반응을 보면서 던졌고, 세트 포지션에서 시간을 길게 가져가거나 다리를 들고 있는 시간을 바꾸는 등 전체적으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타니는 "지난 투구는 훌륭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잘 던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내일(12일)은 야마모토와 맞대결도 있고, 기대를 하고 있다. (다르빗슈 선배가) 어떤 투구를 하시게 될지 부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기대하고 있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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