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건호 기자] 탈락이다. 하지만 충분히 박수받으며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KT 위즈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0-3으로 패배했다.
선발 투수 엄상백이 흔들렸다. 2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1회부터 장타를 허용했다. 홍창기를 삼진으로 잡은 뒤 신민재에게 안타를 맞았다. 이어 오스틴 딘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오지환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김현수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이후 추가 실점 없이 1회를 매듭지은 엄상백은 2회를 삼자범퇴로 막으며 안정감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3회말 선두타자 홍창기에게 안타를 맞은 뒤 손동현에게 배턴을 넘겼다. 손동현이 선두타자 신민재에게 3루수 땅볼 타구를 유도해 선행주자를 잡았지만, 이후 오스틴의 타석에서 신민재가 2루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뛰었고 포수 장성우의 송구 실책이 겹쳐 1사 3루가 됐다. 오스틴의 희생플라이 타점이 나왔다.
KT는 7회초 장성우의 안타와 강백호, 황재균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대타 김상수가 삼진으로 물러난 뒤 배정대가 1루수 땅볼로 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계속된 2사 1, 3루 기회에서 오윤석이 삼진으로 아웃되며 1점을 뽑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7회말 고영표가 1실점하며 다시 격차가 벌려졌다. 결국 추가 점수를 뽑지 못한 KT는 가을야구 무대에서 2년 연속 LG에 무릎을 꿇게 됐다.
KT의 올 시즌 극장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충분히 멋진 시즌을 보냈다. 팀 이름처럼 마법 같은 한 시즌이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올 시즌 초반 KT는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으로 이어진 선발진을 구축했다. 강력한 선발진이었다. 5선발 자리는 원상현, 조이현 등 대체 선발로 매우다가 시즌 중반 복귀할 예정이었던 소형준이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초반부터 꼬였다. 고영표가 우측 팔꿈치 굴곡근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하게 됐다. 벤자민도 몸에 불편함이 있어 3주 휴식을 자청했다. 엄상백 역시 초반 부진하며 10일 동안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소형준은 재활 중 부상을 당해 복귀 시점을 늦춰야 했다. 쿠에바스만 선발진에서 자리를 지켰다.
선발진의 큰 구멍이 생긴 상황, 마운드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전반기 KT의 팀 평균자책점은 5.56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5월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6월 다시 주춤했다.
하지만 7월 KT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7월 13승 6패 승률 0.684로 전체 1위를 차지, 6위까지 올라왔다. 8월에도 5할 승률을 기록하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9월에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마지막 3경기를 모두 잡으며 72승 2무 70패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
KT는 SSG 랜더스와 함께 공동 5위로 144경기를 마쳐 역사상 최초 정규 시즌 5위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결과는 4-3 승리였다. 1-3으로 끌려가던 8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역전 3점 홈런에 힘 입어 가을야구 막차를 타게 됐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KT의 마법은 이어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지난 2015년 처음 도입됐다. 10번째를 맞이하는 시즌이었다. 지난 9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 팀이 업셋에 성공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2016년 KIA 타이거즈와 2021년 키움 히어로즈가 1차전을 잡아 업셋을 노렸지만, 모두 2차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KT는 달랐다. 1차전을 4-0으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어 2차전 역시 철벽 마운드의 힘으로 승리했다. 1-0 신승. KT는 역사상 최초로 업셋을 성공한 팀이 됐다.
KT의 도전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졌다. LG와의 1차전을 잡으며 먼저 웃었다. 2차전과 3차전을 내리 내줬지만, 4차전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하며 2승 2패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5차전에서 무릎을 꿇으며 올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새로운 마무리' 박영현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불펜 투수로 보직을 바꿔 좋은 활약을 펼친 김민도 있다. 긴 시간 재활 끝에 건강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다시 오른 소형준 역시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고영표의 시즌 막판 불펜 투혼도 있었다.
타선에서는 로하스가 시즌 막판 부침을 겪었지만, 한 시즌 내내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 공격을 이끌었다.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김민혁 타율 0.353으로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강백호와 장성우, 문상철도 각각 26홈런, 19홈런, 17홈런으로 활약했다. 장성우와 문상철은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했으며 강백호는 데뷔 시즌(29홈런) 이후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터뜨린 시즌이 됐다.
지난 시즌 2위였던 KT는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시즌을 보냈다. 마법 같은 여정의 마무리였다.
잠실=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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