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막을 내렸다. 개막작을 비롯해 OTT 작품들이 존재감을 드러낸 가운데 최고 좌석점유율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폐막식을 개최, 열흘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배우 최수영과 공명이 진행을 맡았으며 뉴 커런츠상, 지석상, 올해의 배우상, 선재상 시상이 함께 진행됐다. 폐막작은 싱가포르, 프랑스, 일본 합작 영화 '영혼의 여행'(감독 에릭 쿠)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278편(커뮤니티비프 54편 포함)이 총 633회 상영된 결과, 작년보다 증가한 84%의 좌석점유율과 145,238명의 총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는 300편 이상을 선정하던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도 역대 최고의 좌석점유율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매년 꾸준히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이른바 BIFF 앰버서더와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좋은 영화를 좋은 곳에서 상영하는 영화제의 당연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다시금 깨닫는 한 해가 됐다"고 전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특히 '대중성'을 잡기 위한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개막작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 란'(감독 김상만)이 선정됐다. '전, 란'은 부산국제영화제 역사상 최초의 OTT 개막작이자 청소년관람불가 개막작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다만 이는 시대 흐름에 따른 대중성 확보라는 의견과 영화제 정체성 상실이라는 반발을 함께 불렀다.
이와 관련 박도신 집행위원장 대행은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굉장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며 "OTT나 청소년관람불가라는 점을 떠나 꼭 관객에게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OTT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돼 크게 보일 수는 있지만 우리 영화제는 어디까지나 독립영화제 중심이고, 우리 영화제를 이끄는 큰 축은 독립영화"라고 전하기도 했다.
개막작 외에도 다양한 OTT 작품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OTT 플랫폼에서 공개 예정인 화제의 시리즈를 선보이는 '온 스크린(On Screen)' 섹션에는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 주연작 '이별, 그 뒤에도', 옌이웬 감독의 대만 작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을 비롯해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지옥2',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 등 여섯 작품이 소개됐다.
또한 그룹 방탄소년단 리더 RM의 제작기이자 군 입대 전 8개월 간의 사적인 기록을 담은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RM: Right People, Wrong Place)'이 '오픈 시네마(Open Cinema)' 섹션에 초대돼 야외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K-팝 다큐멘터리가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예매와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해당 섹션에는 일본 TV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극장판인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역시 초대돼 감독 겸 주연인 마츠시게 유타카가 무대인사 및 GV를 진행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낸 수많은 국내외 영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특별전을 통해 전작을 선보였고 마스터클래스까지 참가한 미겔 고메스 감독을 비롯해 파트리샤 마쥐이, 허안화, 레오스 카락스, 지아장커 감독이 영화상영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통해 관객과 만남을 가졌다. 이제는 감독으로도 불릴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와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배우 주동우, 카니 쿠스루티,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인 배우 김선영, 류준열 등이 함께했다.
개막작 '전,란'으로 시작해 '잇츠 낫 미'의 레오스 카락스 감독과 류준열 배우로 마무리된 오픈 토크와 야외무대인사 그리고 마스터 클래스, 스페셜 토크에 더해 올해 재개한 아주담담과 짧은 영화, 긴 수다까지 작년보다 15건이 증가한 총 46건의 이벤트와 303건의 GV가 열려 영화인과 관객의 만남을 도왔다. 특히 The E&M/DMP Studios, CJ ENM, 넷플릭스가 개최한 포럼을 통해 영화인에게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액터스 하우스에서는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 배우가 참가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故 배우 이선균을 추모하는 열기도 뜨거웠다. 이선균은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적인 성장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한국영화공로상의 주인공이 됐다. 개막식에서 시상과 함께 이선균의 필모그래피를 훑는 영상이 공개되자 송중기, 이희준, 하윤경 등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도 진행됐다. 이선균의 대표작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나의 아저씨', '기생충' 등 여섯 편의 상영과 스페셜 토크가 펼쳐졌다.
이 가운데 '나의 아저씨' 김원석 감독은 "이선균을 추모하는 행사는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계속돼야 하고 이선균이 왜 죽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는 행사가 다양한 방향으로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건 범죄도 아니고 범죄에 대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거슬리는 상황이 됐다"고 소신발언을 해 이목을 모았다.
올해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은 52개국에서 2,644명이 참가하고, 총 26,435명이 방문하여 작년보다 37% 늘었다. 신설된 프로듀서허브에는 19개국 123명의 프로듀서 참가했고 올해의 국가,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한 7개국 협력 파트너가 참여했다. 세일즈마켓에서는 275개 판매업체와 563명의 바이어 간의 활발한 콘텐츠 거래가 이뤄졌으며 아시아프로젝트마켓과 부산스토리마켓을 통해 1,676회의 비즈니스미팅이 진행됐다.
부대행사인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OTT어워즈는 음악상을 신설해 시상 범위를 확대하고 피플스 초이스상을 통해 관객 참여형 시상식으로의 차별화를 꾀했다. 11개의 경쟁부문, 4개의 초청부문으로 운영돼, 거장 왕가위 감독의 첫 TV 시리즈 '번화'가 베스트 크리에이티브를 수상하고 후 거가 주연 배우상(남)을 거머쥐며 2관왕을 달성했다. '불구선량적아문'은 임의신이 주연 배우상(여)을 차지했으며, 올해 새롭게 신설된 음악상에 OST 'Learn to Live Again'이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소년시대'가 베스트 OTT 오리지널, '마스크걸'은 안재홍과 염혜란이 조연 배우상, '선재 업고 튀어'의 변우석과 김혜윤이 피플스 초이스상을 수상했다.
한편 내년 3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2025년 9월 17일 개막해 9월 26일까지 열흘 간 진행될 예정이다. 그간 부산국제영화제는 매년 10월 진행됐으나 추석 명절과 전국체전 등이 고려됐다. 또한 아시아 최고의 영화를 뽑는 경쟁 부문이 신설된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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