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폭설'은 시린 겨울, 따뜻하고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다르지만 비슷한 두 여성의 만남부터 헤어짐의 과정을 총 4개의 챕터로 풀어냈다. 배우 한소희의 스크린 데뷔작이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영화 '폭설'이다.
'폭설'은 하이틴 스타 설이(한소희)와 배우 지망생 수안(한해인)이 엇갈렸던 시절을 지나 다시 서로를 찾아가는 이야기. 한소희가 유명해지기 이전인 2019년 크랭크인 한 작품으로, 독립영화임에도 데뷔 초 한소희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영화는 강릉의 예술 고등학교에서 만난 수안과 설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수안은 아역배우 출신 스타 설이와 급속도로 가까워지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채 이별하게 된다. 10년 후 수안은 꿈꾸던 배우가 됐음에도 계속해서 설이를 떠올린다. 설이에 대한 그리움에 10년 전 함께 갔던 바다로 향하고, 그곳에서 설이와 재회한다.
이렇듯 영화는 10년 전 고등학교 시절과 10년 후 성인이 된 두 사람의 재회를 순서대로 풀어낸다. '설이' '수안' '바다' '폭설' 총 4개의 챕터로 나눠 인물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담아냈다. 윤수익 감독은 "복잡한 생각을 하고 챕터를 나눈 건 아니다. '설이' 챕터는 설이 중심으로, '수안' 챕터는 수안의 이야기로 만들었다"며 "이 영화가 수안이 '바다'를 상징하고, 설이가 '눈'을 상징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했다. 두 사람을 바다를 통해 이야기하거나 눈을 통해 이야기하는 식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소희는 내면에 불안을 안고 있는 하이틴 스타 설이를 신선하게 표현해낸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알고있지만' '마이네임' '경성크리처' 등에서 본 적 없는 맑고 순수한 얼굴이다.
설이는 당당한 겉모습과 달리 내면엔 늘 불안함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한소희는 대중에게 잊혀질까 두려워하다가도 수안을 만나면 편안함을 찾는 설이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 수안에게 감정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데뷔 초임에도 어색함 없는 연기가 놀라울 정도다.
단점이라면 '한소희'만 보인다는 점이다. 수안 역의 한해인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듯한 연기력이 아쉬움을 안긴다. 배우가 된 뒤 지치고 방황하는 수안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그려냈으나, 고등학생 시절의 연기는 왠지 모르게 흐린 눈을 하게 된다.
이 외에도 호불호가 갈릴 여지는 있다. 영화에는 꼭 필요한 장면이겠지만, 서핑 장면이 과도하게 나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후반부에 들어설수록, 뭐가 실제고 뭐가 상상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도 아쉽다. 엔딩이 돼서야 이해가 안 가던 지점이 풀리는데, 보는 사람에 따라서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평소 퀴어 소재를 보지 않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유명해지기 이전 풋풋한 한소희의 모습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 한소희가 있어 비로소 완성된 '폭설'이다. 오는 23일 개봉. 15세 관람가. 87분.
박로사 기자 teraros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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