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감독님이 그런 말(백업)을 한 건 아닌데, 내 생각엔 그렇다.”
KIA 타이거즈의 안방은 작년을 기점으로 약점에서 장점으로 바뀌었다. 김태군 트레이드가 시발점이었고, 한준수(25)의 성장이 결정적이었다. 한준수는 작년부터 백업 포수로 자리잡더니, 올 시즌엔 사실상 김태군과 ‘공동 주전’으로 뛰었다.
한준수는 올 시즌 115경기서 타율 0.307 7홈런 41타점 39득점 OPS 0.807 득점권타율 0.267을 기록했다. 대타 타율은 0.313. 포수로 103경기서 600이닝을 소화했다. 반면 김태군은 올 시즌 105경기서 타율 0.264 7홈런 34타점 24득점 OPS 0.711. 포수로 101경기 641이닝을 소화했다.
사실상 주전과 백업의 구분이 안 되는 실정이다. KIA를 제외한 모든 구단이 주전 포수와 백업 포수의 경계가 명확하다. 몇 년 전 이지영(SSG 랜더스)과 박동원(LG 트윈스)을 함께 보유했던 키움 히어로즈와 가장 흡사한 상황이다.
포수 마스크 자체는 김태군이 조금 더 많이 썼다. 그러나 한준수가 엄연히 김태군보다 10경기 더 나갔다. 포수로 나간 경기도 2경기 많다. 이런 측면에서 한준수가 주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태군과 공동 주전이라고 봐야 한다. 이범호 감독도 실제 올 시즌 내내 그렇게 두 사람을 활용했다.
이런 상황서 한준수는 자신을 백업이라고 지칭했다. 물론 이범호 감독은 14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서 주전라인업을 가동, 김태군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포수 고유의 볼배합, 수비 측면에서 여전히 김태군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한준수는 김태군보다 공격에 좀 더 방점이 찍힌 포수다. 이범호 감독도 한국시리즈 3포수(한승택)를 가동하기로 한 건 한준수의 타격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한준수는 왼손타자로서 한 방과 정확성을 겸비했다. 롯데전서도 결승 스리런포를 터트리며 다시 한번 자신의 강점을 확실하게 어필했다.
그럼에도 한준수는 자신이 주전이 아닌 백업이며, 타격보다 수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전 직후 “주전이 아니라 백업이기 때문에, 내가 한 방을 치기보다 작전 같은 걸 잘 수행해야 한다. 한국시리즈가 처음이다. 좀 더 섬세한 플레이에 신경 써야 한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이 백업이라고 통보한 것도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한준수는 “내 생각이 그렇다. 번트, 버스터 연습을 많이 한다. 그런 걸 실수를 안 해야 한다. 좀 더 연습을 하면 한국시리즈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도, LG 빠른 주자들의 움직임에 특히 신경 쓴다. 한준수는 “벤치에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포스트시즌서 LG에 빠른 주자가 많기 때문에, 방망이보다 수비 먼저다.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연습한다”라고 했다.
마침 롯데가 KIA와의 연습경기서 과감하게 도루를 자주 시도했다. 한준수는 “바운드 볼에는 다 뛰었다. 그런 걸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빨리 송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정확히 하다 보면 아웃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투수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한준수는 “네일의 경우 직접 공을 받지 못했지만,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더 좋아질 것이다. 우리 투수들은 다 좋다. 경험도 많다. 우리 투수들을 믿는다. 볼배합도 한 구종만 요구하는 게 아니라 여러 코스를 왔다 갔다 해야 한다”라고 했다.
실제 한준수의 얘기는 우선 김태군에게 좀 더 많이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한준수에게 중요하지 않은 건 절대 아니다. 이범호 감독은 한준수에게 대타 롤을 좀 더 중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준수는 포수에게 필요한 바람직한 마인드를 가졌다. 이범호 감독이 들으면 흐뭇할 듯하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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