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사자군단' 삼성 라이온즈가 다시 한번 LG 트윈스의 마운드를 폭격했다. 이번엔 무려 홈런 5방을 폭발시키며 9점을 쓸어담았다. 그리고 마운드에선 '황태자' 원태인이 다승왕의 면모를 제대로 뽐냈다.
삼성은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 2차전 홈 맞대결에서 10-5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을 83.3%까지 끌어 올렸다.
▲ 선발 라인업
LG : 홍창기(우익수)-신민재(2루수)-오스틴 딘(1루수)-김현수(좌익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1루수)-박동원(포수)-박해민(중견수)-김범석(지명타자), 선발 투수 손주영.
삼성 : 김지찬(중견수)-김헌곤(좌익수)-이성규(우익수)-르윈 디아즈(1루수)-박병호(지명타자)-강민호(포수)-이재현(유격수)-김영웅(3루수)-전병우(2루수), 선발 투수 원태인.
2002년 한국시리즈 이후 무려 2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삼성과 LG의 맞대결에서 먼저 미소를 지은 쪽은 라이온즈였다. 삼성은 지난 13일 1차전에서 커리어 내내 '천적'에 가까울 정도로 약했던 최원태를 공략하는데 성공하는 등 홈런 세 방과 선발 전원 안타를 앞세워 10-4로 LG를 격파,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을 75.8%로 끌어올리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정규시즌 이후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실전 감각에 전혀 문제가 없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양 팀은 전날(14일)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오후 3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15일 오전까지 이어졌던 까닭. 준플레이오프에서만 5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을 크게 소모한 LG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가운 비였고, 내친김에 LG는 디트릭 엔스로 예정돼 있던 선발 투수를 컨디션이 좋은 손주영으로 교체했다. 박진만 감독 또한 오랜만의 실전에 체력,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는 선수단에게 긍정적인 휴식이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경기 초반 분위기를 손에 쥔 것은 LG였다. LG는 1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신민재가 안를 터뜨리며 물꼬를 튼 뒤 오스틴 딘이 연속 안타를 폭발시키며 1, 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김현수가 삼성 '토종에이스' 원태인을 상대로 2루수 땅볼 출루에 성공했고, 이때 3루 주자 신민재가 홈을 파고들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삼성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삼성은 1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구자욱이 LG 선발 손주영을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냈다. 이후 2루 베이스까지 훔치면서 만들어진 득점권 찬스에서 르윈 디아즈가 친 타구가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로 높게 떠올랐다. 이때 김현수(좌익수)와 오지환(유격수)의 콜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김현수가 처리했어야 할 타구를 오지환이 포구에 실패했다. 그 결과 1-1로 균형이 맞춰졌다.
흐름을 타기 시작한 삼성의 공격은 매서웠다. 삼성은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영웅이 LG 손주영의 초구 105km 커브를 공략, 우월 솔로홈런을 폭발시키며 2-1로 달아났다. 1차전에 이은 2경기 연속 홈런이자, 정규시즌 손주영을 상대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아쉬움을 제대로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3회말에도 추가점을 뽑아냈다. 부상을 당한 구자욱을 대신해 투입된 이성규의 볼넷으로 마련된 2사 1루.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디아즈가 손주영의 4구째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내밀었다. 방망이 헤드가 분명 홈플레이트를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이용혁 3루심은 '노스윙'을 선언하면서 추가 공격 기회를 얻게 됐고, 6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1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3-1까지 간격을 벌렸다.
삼성이 승기를 잡은 것은 5회였다. 전병우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1루에서 김헌곤이 LG의 바뀐 투수 유영찬의 5구째 110km 슬라이더를 힘껏 퍼올렸고, 사실상 승기를 잡는 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 1차전에서 2번 타순에 윤정빈과 김헌곤을 두고 고민하던 중 윤정빈에게 먼저 기회를 줬다. 윤정빈은 3안타, 1사구로 '4출루' 경기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이번엔 김헌곤 카드가 제대로 적중했다.
1차전부터 홈런 3개와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방망이가 불을 뿜은 삼성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6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선 디아즈가 LG 함덕주에게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쐐기를 박았다. 타선이 폭발하는 동안 삼성의 마운드도 탄탄함 그 자체였다.
올해 15승을 수확하며 공동 다승왕에 오른 원태인이 1회부터 실점했으나, 2회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자초한 무사 1, 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극복하며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3회에는 선두타자 신민재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후속타자들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운데 이어 4회 첫 삼자범퇴를 마크했고, 5회에도 LG의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하며 승리 요건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6회에도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넘어서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원태인은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7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선두타자 박동원에게 안타를 맞은 뒤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아냈으나, 홍창기와 신민재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면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면서 김윤수에게 바통을 넘기고 교체됐다. 그래도 결과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1차전에서도 위기에서 오스틴을 묶어낸 김윤수가 다시 한번 오스틴을 잠재우면서 원태인과 함께 팀을 구해냈다.
만루의 대량 실점 위기를 극복한 삼성은 7회말 공격에서 김헌곤이 플레이오프 역대 9번째, 포스트시즌 역대 30번째 연타석 홈런을 투런홈런으로 장식했고, 디아즈 또한 연타석포를 기록했다. 김헌곤-디아즈의 포스트시즌 한 경기 동일팀 두 명 연타석 홈런은 지난 2004년 두산 베어스 이지 알칸트라-안경현 이후 역대 두 번째 기록.
삼성은 8회말 10점째를 확보했는데, 큰 점수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경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9회초 박해민이 우완 이승현에게 솔로홈런을 터뜨리더니, 이영빈과 홍창기의 연속 안타로 만들어진 득점권 찬스에서 김현수가 스리런포를 터뜨리며 간격을 5점차까지 좁혔다. 하지만 간격을 좁히기엔 남은 기회가 너무 적었다. 삼성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2연승을 질주했다. 이제 한국시리즈 진출이 아른거린다.
대구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